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3)는 지난달 말 해외펀드 두 개를 모두 정리했다. 원금이 거의 회복된 데다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끝나 내년부터는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담을 의식,펀드를 환매해 투자했던 자금을 찾았다.

해외펀드는 올 들어 글로벌증시의 강세로 수익률이 치솟아 투자 원금을 속속 회복하면서 환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펀드는 지난 2일 572억원이 이탈해 37일째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기간에 새로 가입한 투자자금을 뺀 순유출 규모는 970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정부가 지난 8월 말 해외펀드의 비과세 혜택을 올해 말로 끝낸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환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 발표가 나온 이후 펀드 해지 규모는 2조7538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해외펀드 비과세 일몰을 계기로 일단 현재 수익이 난 펀드는 연내 환매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누적 손실 난 펀드는 내년에도 구제

해외펀드는 올해 말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져 수익을 냈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수익에 대해 15.4%(주민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올 연말 주가가 과세 기준가가 된다.

다만 정부는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해외펀드가 적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내년에 가서 수익을 냈더라도 누적 기준으로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경우엔 한시적으로 세금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예컨대 올해 말 30%의 손실을 보고 있는 해외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내년까지 그대로 들고 가 수익률이 과세 기준가인 올해 말보다 20~30% 상승했더라도 누적 기준으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단 원금을 회복한 해외펀드는 연말까지 환매하는 게 낫다고 지적한다. 수익이 난 펀드들을 일단 환매해 확정 수익으로 만들고 이 자금을 다시 여러 펀드에 배분하면서 투자 전략을 변경할 기회로 삼으라는 설명이다.

◆투자지역 주가 전망이 중요

그렇지만 아직 손실을 보고 있고 내년에 원금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성급하게 환매하지 말고 내년까지 기다리라는 조언이다.

김정은 대우증권 세무사는 "2007년 글로벌 증시 고점에서 해외펀드에 거치식으로 가입해 아직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라면 내년 한시적인 과세 유예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주가 회복이 관건인 만큼 지역별 전망을 주의 깊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자산관리센터장은 "해외펀드 중에서 성장성과 기대수익률이 높은 국가펀드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순"이라며 "이들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는 원금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섣불리 환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브라질펀드는 올 들어 97% 이상 수익을 내고 있으며 중국 본토펀드엔 해외펀드 최장 기간 순유출 기간에도 1200억원 이상의 새 자금이 몰리고 있다.

반면 일본 미국 유럽 등 주로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는 연말까지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아 증시도 상대적으로 상승 강도가 높지 않을 전망인 만큼 오래 들고 있어 봐야 손해라는 설명이다. 올 들어 일본펀드는 -3% 수익률로 해외펀드 중 유일하게 손실을 보고 있으며,미국펀드와 서유럽펀드 수익률도 각각 10%,12%에 그치며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연관성 적은 지역 택해야

환매 이후 새로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무엇보다 지역 중복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00년부터 올 7월까지 주요 지역의 증시를 비교한 결과 국내 증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와의 상관관계지수가 0.7로 가장 높았다. 상관관계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증시의 동조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내 주식형펀드에 이미 가입한 투자자가 해외펀드를 고를 때는 아시아지역을 피해야 위험 관리를 할수 있다.

반면 남미 지역 증시와의 상관관계는 0.3으로 가장 낮았다. 과거 흐름만 놓고 보면 국내 주식형펀드 투자자는 브라질펀드에 가입하는 편이 위험을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러시아증시와 국제유가의 상관관계는 0.9로 매우 높아 두 펀드에 동시에 드는 것은 삼가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지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시장 규모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1.45%에 불과하다"며 "98% 이상의 기회가 해외에 있다는 얘기인 만큼 분산투자를 위해서도 해외펀드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는 투자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