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만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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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녹아 내릴 파티장의 얼음조각 같다. 실은 하얀 눈밭에 얼어죽은 표범의 시체가 있다는 킬리만자로산 정상의 눈기둥이다. 만년설은 어디 가고 주위엔 모래와 자갈뿐이다. 그마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마당이다. 13~24년 뒤면 적도의 만년설은 전설로만 남게 될 것이라는 까닭이다.
만년설은 한여름에도 사라지지 않는 눈이다. 만년설이 쌓일 수 있는 가장 낮은 고도를 설선(雪線)이라고 한다. 설선은 위도에 따라 다른데 적도지방에선 해발 5000m,중위도 지방에선 3000m 이상이다. 알프스는 평균 3800m,히말라야산맥 동쪽 칭짱고원은 평균 4000m에서 형성된다.
킬리만자로(5895m,반짝이는 언덕)는 아프리카 동북부 탄자니아와 케냐 접경지대에 있는 타원형 화산이다. 가장 높은 키보봉 정상은 우후루 피크(Uhuru Peak)로 우후루는 '자유'라는 뜻이다. 1889년 독일인 메이어가 처음 등정에 성공했고,적도의 눈밭을 보기 위해 매년 세계 각국에서 3만5000~4만명이 찾는다.
1만1700년이나 지속돼 온 이 설원이 사라지게 됐다는 얘기다. 오하이오주립대학 기후변화연구팀의 조사 결과 키보봉 북쪽과 남쪽 빙원의 얼음층 두께가 1.9m와 5.1m로 얇아졌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해수면 근처보다 고지대에서 훨씬 뚜렷하다고 한다.
킬리만자로는 물론 안데스와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 역시 빠르게 녹아내린다는 보고가 그것이다. 만년설의 소멸은 심각한 물 부족으로 이어진다. 안그래도 메마른 아프리카는 말할것도 없고 세계 인구 40%의 식수원인 히말라야의 만년설과 빙하가 사라질 경우 물을 둘러싼 지역 분쟁이 커지리라는 전망이다.
만년설뿐이랴.북극과 남극의 빙하도 계속 줄어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극해양 물리학연구소에 따르면 근래 북극의 부빙 두께는 1.8m에 불과한데다 상당수가 1년산으로 여름이면 녹기 쉽다고 한다. 결국 이대로 가면 20~30년 안에 여름철 빙하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세기 전쟁은 석유가 아니라 물 때문에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남의 나라 일이니 알 게 뭐냐거나 녹기 전에 빨리 가봐야지 할 게 아니다. 더 나은 세상까진 아니라도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기름도 좀 덜 쓰고,쓰레기도 좀 줄여볼 일이다. '위기의 지구'를 쓴 앨 고어의 말처럼 어물어물할 때가 아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만년설은 한여름에도 사라지지 않는 눈이다. 만년설이 쌓일 수 있는 가장 낮은 고도를 설선(雪線)이라고 한다. 설선은 위도에 따라 다른데 적도지방에선 해발 5000m,중위도 지방에선 3000m 이상이다. 알프스는 평균 3800m,히말라야산맥 동쪽 칭짱고원은 평균 4000m에서 형성된다.
킬리만자로(5895m,반짝이는 언덕)는 아프리카 동북부 탄자니아와 케냐 접경지대에 있는 타원형 화산이다. 가장 높은 키보봉 정상은 우후루 피크(Uhuru Peak)로 우후루는 '자유'라는 뜻이다. 1889년 독일인 메이어가 처음 등정에 성공했고,적도의 눈밭을 보기 위해 매년 세계 각국에서 3만5000~4만명이 찾는다.
1만1700년이나 지속돼 온 이 설원이 사라지게 됐다는 얘기다. 오하이오주립대학 기후변화연구팀의 조사 결과 키보봉 북쪽과 남쪽 빙원의 얼음층 두께가 1.9m와 5.1m로 얇아졌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해수면 근처보다 고지대에서 훨씬 뚜렷하다고 한다.
킬리만자로는 물론 안데스와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 역시 빠르게 녹아내린다는 보고가 그것이다. 만년설의 소멸은 심각한 물 부족으로 이어진다. 안그래도 메마른 아프리카는 말할것도 없고 세계 인구 40%의 식수원인 히말라야의 만년설과 빙하가 사라질 경우 물을 둘러싼 지역 분쟁이 커지리라는 전망이다.
만년설뿐이랴.북극과 남극의 빙하도 계속 줄어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극해양 물리학연구소에 따르면 근래 북극의 부빙 두께는 1.8m에 불과한데다 상당수가 1년산으로 여름이면 녹기 쉽다고 한다. 결국 이대로 가면 20~30년 안에 여름철 빙하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세기 전쟁은 석유가 아니라 물 때문에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남의 나라 일이니 알 게 뭐냐거나 녹기 전에 빨리 가봐야지 할 게 아니다. 더 나은 세상까진 아니라도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기름도 좀 덜 쓰고,쓰레기도 좀 줄여볼 일이다. '위기의 지구'를 쓴 앨 고어의 말처럼 어물어물할 때가 아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