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리에 유럽에서 온 '구로후네(黑船)'가 들이닥쳤다. "

최근 일본 전통 요리계에선 지난달 중순 선보인 세계적인 음식점 평가잡지 미슐랭가이드의 교토 · 오사카판을 둘러싸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일식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무시한 채 서양인의 잣대로만 '별'(미슐랭가이드의 점수 단위)을 매겼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11월2일자)에서 교토와 오사카의 일부 요리사들이 프랑스의 미슐랭가이드를 19세기 군함을 이끌고 와 문호개방을 강요한 미국 페리 제독의 구로후네에 비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6일 선보인 '미슐랭가이드 교토 · 오사카판 2010'은 일본의 천년 고도로 불리는 교토와 상업도시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사카의 맛집들을 평가한 만큼 2007년 도쿄판 첫 출시 때보다 더 큰 화제가 됐다. 책에 수록된 식당 147곳 가운데 최고 등급인 별 세 개를 받은 식당은 교토의 일식집 6곳과 오사카의 프랑스 식당 1곳 등 총 7개로 프랑스 파리 10곳과 도쿄 9곳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책에 실린 식당 중 20곳은 음식만을 위주로 평가하는 미슐랭가이드의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며 자사 사진이 게재되는 것을 거부했다. 가도가와 다이사쿠 교토 시장도 "일본 요리는 종합예술이다. 요리를 비롯해 식탁 위 화분과 벽에 걸린 족자,손님에 대한 세심한 대접이 모두 일식의 일부분이다. 별을 몇 개 줬든 상관없이 미슐랭가이드에 반감을 느끼는 식당들이 많았다"고 밝혀 미슐랭가이드 측을 당혹케 했다. 미슐랭가이드 측이 조사원 7명 전원을 일본인으로 뽑고,평가 기간을 타 지역의 약 두 배인 2년으로 늘렸음에도 식당들의 불만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별 세 개를 받은 식당조차도 미슐랭가이드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교토의 400년 된 가이세키 요리 전문점 효테이의 주인은 "책에 이름을 넣기 싫다고 했는데도 미슐랭가이드가 별 세 개 식당으로 실었다"며 "우리로선 미슐랭가이드보다 단골손님들의 평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