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정일씨(47)가 10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구월의 이틀》(랜덤하우스)을 냈다.

장씨는 이번 소설을 '우익청년 탄생기(성장기)'라고 규정한 다음 "잘못된 우파는 희화화하면서 바람직한 우파의 모습을 제시해보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은의 작은아버지 입을 빌어 젊은 우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올드 라이트(old right)는 일제나 독재에 가담한 원죄가 많고,상대적으로 젊은 뉴라이트(new right)는 좌파에 대한 원한이나 피해의식이 있어.그래서 원죄도 원한도 없는 순수한 우파,너와 같은 영 라이트(young right),퓨어 라이트(pure right)가 필요해."

《구월의 이틀》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첫해에 갓 대학에 입학한 청년 '금'과 '은'의 사상적 성장담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보좌관인 아버지를 둔 광주 태생 '금'과 보수주의 논객으로 맹활약하는 작은아버지를 둔 부산 태생 '은'은 상이한 배경과 성향을 넘어서서 우정과 애정을 나눈다. 이들은 몇몇 사건을 겪으며 상반된 길을 걷는다. 금은 '정치가들과는 달리 좀 더 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국민작가'를 목표로 삼는다. 은은 '바닥짐(선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배의 바닥에 싣는 무게 나가는 화물)이 없으면 배가 침몰하는 것처럼,보수가 없으면 국가나 사회도 뒤집어진다'는 깨달음을 얻고 보수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큰 정치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장씨는 은의 사상적 스승이자 각각 뉴라이트와 올드라이트를 대표하는 작은아버지와 거북선생은 혹독하게 다룬다. 그러나 젊은 보수주의자 은은 다르게 바라본다. 장씨가 그린 은에게는 사상적 동지를 포섭할 때 학벌을 따지고,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를 이용하려 드는 등 단점도 있다. 그러나 장씨는 "은에게는 자기계발의 의지와 반성 능력이 있다"면서 "은은 올드라이트와 뉴라이트의 우상 아래에서 배우고 있지만 이후에는 이들과의 사상투쟁을 통해 젊고 순수한 우익,강한 우익으로 단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에서 은은 스승인 거북선생의 모순을 직시하며 '턱을 세우는 진짜 당당한 우파들이 새로 돋아나야지'라고 생각한다. 장씨는 "좌파가 싫어서 우파가 되는 게 아니라 자긍심에 차서 보수의 길을 택하는 게 제대로 된 우파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장씨는 또 추구하는 가치와 생각이 판이한 금과 은이 서로 날을 세우며 공격하지 않고 친구로 남는 점에 대해서는 '서로 이질적인 잡종 교배가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고 표현했다.

이번 소설은 우리 문학사에서 드물게도 보수적인 성향의 청년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점외에도 등장인물들의 동성애 장면이 나타나는 게 특이하다. 이에 대해 장씨는 "우리 문학사를 역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