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세 가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에 대한 일반국민 선호도 조사를 위해 두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방식과 질문 내용이 크게 달라 '의도한 결과를 얻기 위한 의도된 조사'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녹색위가 지난 8월15일부터 한 달간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개별 심층 면접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시나리오1(2020년 BAU 대비 21% 감축,2005년 대비 8% 증가)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44.4%로 가장 높았고,강력한 감축안인 시나리오3(BAU 대비 30% 감축,2005년 대비 4% 감축)에 대한 선호도는 18.3%에 불과했다. BAU는 Business As Usual의 머리글자로 특별한 대책을 취하지 않을 때를 의미한다.

하지만 녹색위가 지난달 10월23일부터 26일까지 1037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나리오3을 선호한다고 답한 비율이 52.5%로 급증한 데 반해 시나리오1이 바람직하다는 비율은 14.7%로 급감했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여론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이유는 뭘까. 질문의 방식과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개별 면접 조사에서는 시나리오별 국민의 부담액 등을 자세히 설명한 뒤 선호하는 감축안을 고르도록 했지만,전화로만 이뤄진 두 번째 조사에선 "달라진 상황"을 감안해 간단하게 질문했다는 게 녹색위의 설명이다. 녹색위 관계자는 "두 번째 조사에서는 G20 정상회의 이후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언급하고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 달간 심층적으로 이뤄진 개별 면접조사 결과가 나흘간의 전화 조사보다 더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생각하는 감축 목표로 여론을 끌어가기 위해 방식과 내용을 의도적으로 달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