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최저가' 초심으로…인테리어 거품 빼고 상품수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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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제2 가격파괴'
#.지난달 22일 문을 연 이마트 수색점.매장 바닥이 반들반들한 '비닐타일'이 아니라 회색빛 콘크리트다. 왁스나 코팅재를 입혀야 하는 비닐타일과 달리 물걸레질만 하면 돼 청소비가 20~30% 절감된다. 이춘기 수색점 부점장은 "비용절감을 위해 콘크리트 바닥재를 수색점에 시범적으로 도입했다"며 "인테리어 비용을 줄여 궁극적으로 상품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저가(low price)에서 상시 최저가(lowest price)로.'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다시 가격파괴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마트는 최근 전단지 없애기,인테리어 거품 빼기 등 비용 절감과 잘 팔리는 상품 위주로 정비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작업에 돌입했다. 2000년대 초 대형마트들이 '최저가 보상제'로 1차 가격전쟁을 벌였다면,이번엔 이마트가 주도하는 2차 가격전쟁인 셈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이마트가 단돈 100원이라도 싸다는 데 안주해온 게 사실"이라며 "앞으론 고객이 누구나 느끼도록 경쟁사보다 확실히 싸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다시 가격파괴를 내건 것은 기존 '양판점'식 운영으로는 가격경쟁력에다 편의성,접근성이 뛰어난 온라인몰이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올 들어 백화점,SSM,온라인몰 등이 두 자릿수 성장세인 반면 대형마트는 신규 점포 효과를 빼면 정체 상태다.
위기돌파 원칙은 '마트는 마트다워야 한다'는 것.이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질 좋은 상품을 대량으로 싸게 구매해 최저가로 판다'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데 대한 자기반성도 담고 있다. 이정희 유통학회장(중앙대 교수)은 "대형마트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백화점 수준의 고급화와 서비스에 주력하면서 정체성을 잃고 비용이 높아져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인기상품은 더 싸게 많이 판다
이마트의 전체 취급상품(SKU · Stock Keeping Unit)은 점포당 6만~7만개에 달한다. 홈플러스,롯데마트와 비슷하지만 미국 월마트(2만개)나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3500개)에 비해선 3~20배 많다. 구색 맞추기식 운영의 결과다. 이에 이마트는 가격파괴 사전 정지작업으로 상품구색의 '옥석 가리기'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부터 'E-모듈라 시스템'을 도입,최소 상품단위까지 매출을 분석해 잘 팔리는 품목은 진열공간을 넓히고 안 팔리는 품목은 퇴출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1차적으로 SKU를 30% 이상 줄일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방칼의 경우 30여종 중 10여종은 전혀 안 팔리는데 진열대를 차지해 불필요한 재고 부담이 발생하고 이것이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마트는 각종 비용 절감,마진율 축소 등으로 우선 가격을 낮추면서 소비자가 많이 사는 상품은 더 많이 구매해 주는 조건으로 제조업체들과 납품단가 인하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조업체 반발 무마가 관건
경쟁 대형마트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무리하게 추진하면 제조업체 반발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는 가격 못지 않게 매장 분위기,서비스 등 '가치'도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가격인하가 가시화하면 결국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익이 줄더라도 (이마트가 내리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제살깎기식 가격인하 경쟁이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