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부펀드의 덩치를 키운다.

5일 기획재정부와 KIC(한국투자공사)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외국환평형기금 운용계획안을 통해 외평채 발행으로 모아둔 외평기금 중 70억달러를 KIC에 추가 위탁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로써 KIC의 운용자산은 370억달러 규모로 늘어난다.

재정부 관계자는 "KIC의 운용자산 규모로는 해외의 유수 국부펀드들과의 경쟁에 뛰어들기는 역부족"이라며 "KIC를 세계적인 국부펀드로 키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위탁 규모를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KIC의 운용자산은 278억달러로,정부가 당초 올해 투입키로 한 50억달러 중 아직 남은 20억달러를 위탁하고 내년에 70억달러를 추가하게 되면 모두 370억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KIC는 운용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투자 전략을 다양화하고 대상도 늘릴 계획이다. 진영욱 KIC 사장은 "기존의 전통적인 채권이나 주식 등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 외에 부동산,원자재,파생상품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에 대한 대체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주식 비중도 전체자산의 40%에서 5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KIC는 전체 자산 중 10억달러 정도만 대체투자용으로 배정해놓고 있다.

KIC는 이와 함께 해외 유수의 국부펀드들과 공동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진 사장은 이를 위해 지난 3일 아부다비를 방문,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진 사장은 "향후 유망한 글로벌 자산을 적극 발굴해 아부다비투자청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키로 했다"며 "국내 투자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KIC는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호주의 국부펀드인 QIC,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인 Khazanah와도 제휴를 맺은 데 이어 7월에는 세계 5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쿠웨이트투자청(KIA)과도 MOU를 맺고 공동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

한편 KIC의 포트폴리오 투자수익률은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13.32%로 같은 기간 시장 평균인 벤치마크 수익률(12.07%)보다 1.25%포인트 앞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초 투자했던 메릴린치(지금은 BOA로 인수됨)에 대한 전략적 투자 수익률은 9월 말 현재 -40.17%에 머물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국부펀드=각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주로 외화자산)을 불리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아부다비투자청(운용자산 6270억달러),싱가포르투자청(2480억달러),중국 CIC(1900억달러) 등이 대표적인 국부펀드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들 유수의 국부펀드들은 신흥국이나 원자재 시장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