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16세 안팎,키 152㎝,영양상태 양호,넓고 편평한 얼굴.1500년 전 경남 창녕군 송현동 고분군(15호분)에 순장됐던 '금 귀고리 소녀'의 실체가 밝혀졌다. 2008년 7월부터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와 국립문화재연구소,가톨릭대 의대 응용해부연구소,충청문화재연구원 고고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고대 순장인골 복원연구사업' 결과다.

문화재청은 5일 "7일 전북대에서 열리는 제33차 한국고고학전국대회에서 복원연구사업의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복원된 여성의 얼굴 모습 사진을 공개했다.

인골에 대한 국내 최초의 학제 간 융합연구인 이번 프로젝트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3차원 정밀스캔,영화의 특수분장기법,디옥시리보핵산(DNA) 분석,방사성탄소연대 측정 등 첨단 과학기술이 두루 동원됐다. 또 고고학과 법의인류학 · 해부학 · 유전학 · 생화학 · 물리학 등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분석 결과 송현동 15호분에 순장된 4명의 인골은 6세기 초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무덤 입구부터 여성-남성-여성-남성의 순서로 묻혀 있었으며,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중독 또는 질식사시킨 다음 바로 순장된 것으로 규명됐다. 또 잡곡보다는 쌀 · 보리 · 콩과 육류를 주로 섭취해 영양상태도 양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무덤 입구의 금동귀고리를 한 첫 번째 여성은 키가 152㎝로,현재 만16세 한국인 여성과 비교하면 하위 5~25%에 속하는 작은 체구였다. 출산 경험은 없었으며 팔길이가 특히 짧았고 얼굴은 넓고 편평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치아를 X선으로 촬영한 결과 사랑니가 아직 턱 속에 있어 나이는 16세 안팎으로 추정됐다. 어금니 등 여러 개의 충치는 심한 치통으로 고생했음을 짐작케 했다. 앞니에서는 무엇인가 만드느라 반복적으로 무언가 끊었던 흔적도 발견됐다. 뒤통수 뼈에서는 작은 구멍이 무수히 나 있는 다공성(多孔性)뼈과다증이 발견돼 빈혈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강이와 종아리뼈에서는 무릎을 많이 꿇고 생활했던 흔적도 보였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이 여성의 인골을 복제 · 조립한 후 근육은 물론 피부와 모발까지 복원한 전신복원 모형을 이달 하순쯤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나머지 3명의 순장자는 20대 젊은 성인으로 밝혀졌고,모계를 통해 99%가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DNA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남성 2명은 동일 모계 혈족인 것으로 판명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