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09] "핵 없어야 더 큰 안전 보장 받는다는 사실 인식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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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해결' 특별대담
사회=허원순 한경논설위원
사회=허원순 한경논설위원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 및 경희대 석좌교수는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5일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전 외무부 장관)와 가진 특별 좌담에서 "G20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총괄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민주화와 산업적 발전을 거친 한국이야말로 그 중심으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한 명예교수와 아이켄베리 교수는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서 G20이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데 특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은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회로 진행됐다.
▼사회=일본이 50여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민주당 정부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한 명예교수=큰 변화가 예상되지만 일본 민주당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사회적 관습을 쉽게 벗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과는 역사교과서와 독도 문제 등 오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심사다. 재일 한국인의 정치적 참여 문제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토야마 정부가 이 문제에 신경 쓰고 있는 만큼 개선을 기대한다. 우리 정부는 미래지향적으로 양국 관계를 가져가길 기대하고 있다.
▼아이켄베리 교수=일본은 미국의 파트너를 뛰어넘어 글로벌 리더십을 보이려고 한다. 이제까지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고립 또는 안보력 증강이라는 두 극단에서 움직였다. 이제는 유엔(UN) 등을 통해 국제적 활동을 강화하는 제3의 길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한국이 G20 의장국을 맡은 것이 화제다. G20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아이켄베리 교수=우리는 세계적인 권력 지형에서 큰 변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이 떠오르고 있고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이 같은 신흥세력의 상징이 됐다. 반면 미국과 안전보장이사회 등 전통적인 세력은 정체돼 있다. 이 가운데 유연한 메커니즘을 가진 G20이야말로 집단적인 리더십과 실질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것이다.
▼한 명예교수=G20에 6개의 아시아 국가가 참가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G8에서 아시아 국가는 하나에 불과했다. 예전에는 강대국 정상들이 이끄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의 역할이 크다.
▼아이켄베리 교수=동의한다. 그런 면에서 G20의 대표성이 더욱 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빈부 격차뿐만 아니라 동서간 교류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과거 G7이나 G8이 실질적인 행동보다는 보여주는 데 의미가 컸지만 G20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러 국가들이 새 목표를 정하고 진정한 협력을 하도록 하려면 새로운 방식의 협동이 필요하다. 강대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브리지(bridge)국가'로서 한국엔 기회가 많다.
▼한 명예교수=이명박 대통령도 G20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장국을 벗어나서도 향후 국제 문제에 더 많이 참여할 것이다.
▼아이켄베리 교수=그런 만큼 더 많은 기회가 돌아올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다음 회의에서 어떤 이슈에 집중해야 하며,어떤 논의를 시작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금융과 환경,에너지,인권,안보 등 다양한 국제적 이슈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사회=6자 회담과 북핵 문제로 넘어가겠다. 미국과 북한의 양자 회담이 진행 중이다.
▼아이켄베리 교수=미국은 북한이 바라는 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은 교착 상태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 리더십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 이상 지금 할 일은 없다. 협상에 유리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전략적 인내심만 강조하면 교착 상태가 계속된다는 위험이 있다. 북한에 미국 대사를 보내 최소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랜드바겐을 통해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영속적인 휴전을 종전으로 바꿔야 한다.
▼한 명예교수=지금은 6자회담을 재개시켜 북한의 행동을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랜드 바겐이 유효하겠지만 한번의 조치로 급진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다. 많은 전략과 정치가 필요하다.
▼사회=중국이 부상하면서 미국과 경쟁적이고 미묘한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이켄베리 교수=중국은 이미 글로벌 경제 파워를 갖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보완적 관계는 이번 금융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욱 강하게 입증됐다. 다자간 동아시아 안보체제에 대한 고민도 공유하고 있다. 양국이 함께 할 방법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본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