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레미 구르몽 '낙엽'전문
명시(名詩)는 향취를 풍긴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감흥을 일으키는 까닭이다. 사춘기 때 처음 읽은 이 시는 20대와 30대,그리고 40대에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젊었을 땐 감칠맛 나는 운율이 좋았고, '가까이 오라'는 시어를 몇 번씩이나 따라 읊조렸다.
지금은 '쓸쓸하다' '영혼처럼 운다'는 표현이 가슴에 다가온다. 구르몽은 낙엽을 시각적인 대상이 아니라 청각적 대상으로 만든 시인이다. 낙엽이 떨어지고 밟혀 부서지는 소리엔 고통과 윤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