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증시가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글로벌 정책공조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사그라들면서 4분기 이후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선뜻 투자에 나서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외국인 매수세의 주가 견인력이 떨어진 데다 설상가상으로 거래마저 줄어들고 있어 연말 증시에 대한 불안감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상황의 변화에 적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무리하게 추가수익을 노리기보다는 1년간 벌어놓은 수익을 실현하고 되도록이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보수적인 전략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실적 · 수급 · 배당으로 '에어백' 마련을

올 들어 거침없는 오름세를 이어온 코스피지수는 변동성 높은 움직임을 보이며 이달 들어 16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중기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600선에서 지지를 받던 9월 말과 달리 지수는 1570대로 낮아졌다. 10여일 만에 9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며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1534) 근처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3분기까지 이어진 기업실적개선의 주가반영이 일단락된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의 회복속도가 둔화되면서 내년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취약해진 수급구조에 변동성마저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지금부터는 벌어놓은 수익을 지키며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식을 보유 중인 투자자는 일정 부분 차익을 실현한 뒤 배당수익률이 높으면서 저평가돼 있는 실적호전주로 갈아타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는 주장이다. 조 부장은 "지금 같은 장에서는 실적이나 주가수준 등 한 가지 잣대로만 종목을 선택하기보다 다방면에서 하방경직성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다시 상승에너지를 비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잠시 투자를 쉬더라도 안정된 배당수익처럼 챙길 건 챙기고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진로발효 율촌화학 파라다이스 한샘 등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원금을 까먹을 위험이 없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내수주들을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고 1600선 아래에서 연기금이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수급 안전판이 기대되는 종목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하향 이탈한 지난달 28일 이후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포스코 등은 순매도한 반면 한국전력 NHN 우리금융 신한지주 SK에너지 KT&G 등 방어주들로 포트폴리오를 옮겨가고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달러약세와 그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증시가 안정을 되찾으면 현금비중을 높여 놓은 기관들의 매수도 기대할 만하다며 연기금의 저가매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SDI 대우증권 현대건설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주장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실적이 개선되는 속도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추가 하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은행 대한항공 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금융상품도 원금보장형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은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을 땐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한편 추가 하락 시 기대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덕분에 추가적인 급락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분간 증시가 모멘텀 공백 속에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ELS의 투자위험이 과거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금 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탄소배출권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을 선보이고 있고 대우증권은 이번 주부터 금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원금보장형 DLS를 판매할 예정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