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조정을 받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유자금에 돈을 보태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어도 정부의 대출 규제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단기 예금에 돈을 넣어두고 투자 타이밍을 살피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많은 이들이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돈을 넣어뒀다가 올해 코스피 지수가 오를 때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던 것을 상기하라는 것이다.


월급 통장의 진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MMF 수익률은 연 3~5%대였다. 지금은 일반 예금 상품 중에서도 MMF 정도의 수익률과 유동성을 보장하는 상품이 많이 등장했다. 은행들이 갈 곳 없는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 결과다.

단기 자금 운용처를 찾아 은행에 몰려든 자금으로 인해 은행들의 예금 잔액은 지난 7월 2조1000억원 증가했던 것이 8월에는 13조원,9월에는 11조4000억원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단기자금 운용 상품은 일반 월급통장으로 사용하는 수시입출금식예금이다. 통상 월급통장의 금리는 연 0.1%지만 최근 등장한 월급통장들은 연 3~4%대 이자를 준다. 여유자금을 마음 편하게 월급통장에 넣어두고 때를 기다리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참 똑똑한 에이플러스통장'과 SC제일은행의 '두드림통장'이 대표적인 고금리 월급통장이다. 씨티은행의 에이플러스통장은 예치기간이 31일 이상 된 자금에 대해서는 연 4.2%의 이자를 준다. 31일 미만 자금에 대해서는 일반 통장과 같은 연 0.1%의 금리가 적용된다.

SC제일은행의 두드림통장은 31일 이상 예치된 돈에는 연 3.6%,31일 미만 자금에는 연 0.01%의 이자를 제공한다. 이 통장과 두드림 신용카드를 같이 사용하면 카드 사용액에 따라 두드림 통장 잔액 1000만원까지 최고 2.4%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적용 받아 연 6.0%의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은행의 'AMA 플러스통장'도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통장이다. 이 통장은 저축예금과 고금리 MMDA 예금이 자동이체로 연결된 상품으로 우대 조건을 충족시키면 연 1.7~4.1%까지 금리를 준다.

하나은행 '빅팟슈퍼월급통장'은 18~35세의 직장인이 급여를 이체하면 잔액에 따라 금리를 차등 지급한다. 예컨대 잔액이 50만~200만원이면 연 3.0%를 주며 50만원 미만,200만원 초과면 기본금리인 연 0.1%를 지급한다. 기업은행 '아이플랜통장'은 최고 연 2.7% 금리에 가입 후 3개월 이상 지나면 최고 1000만원까지 우대금리로 신용대출도 받을 수 있다.

고금리 월급통장을 비롯한 보통예금은 대부분 먼저 들어온 돈이 먼저 빠져나가는 '선입선출'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31일 이상 예치자금에 연 4.2%의 이자를 주는 통장에 100만원을 예금하고 한달 사이에 10만원을 찾아쓴 뒤 하루 만에 다시 10만원을 채워넣었다고 치자.이 경우 잔액은 100만원이지만 계속 통장에 남아있던 90만원에 대해서만 연 4.2%의 금리를 적용하고 빠져나갔다 들어온 10만원은 새로 입금된 돈으로 쳐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중도 해지시에도 고금리

정기예금은 적어도 1년 이상 돈을 넣어둬야 약정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들은 고객이 정해진 기간을 못 채우고 해지하면 통상 연 1.0%의 이자만 준다. 하지만 최근에는 3개월마다 금리가 오르도록 설계해 고객이 여유자금을 넣어 뒀다가 투자 적기에 해지해도 손해를 보지 않게끔 만들어진 정기예금이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의 '스텝업 예금'은 예치한 지 3개월이 되면 연 3.0%,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연 3.4%,6개월에서 9개월까지는 연 5.4%,9개월에서 12개월까지는 연 7.0%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평균으로 보면 3개월간 예치하면 연 3.0%,6개월간 연 3.2%,9개월간 연 3.93%,1년간 유지하면 연 4.7%의 이자를 받는다. 정해진 예치기간 외에는 연 1.0%의 이자가 붙는다.

예를 들어 4개월간 예치한 뒤 중도해지하면 3개월분까지는 연 3.0%의 이자가,나머지 1개월분에는 연 1.0%의 이자가 붙는다. 기간별 이자는 3개월이 끝나는 시점에 이자지급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이자 지급 계좌는 정기예금 계좌와 별도이기 때문에 이자에 이자가 붙는 식은 아니다. 스텝업 예금의 최소 가입금액은 100만원이다.

369 정기예금은 3개월까지 예치하면 연 2.9%,6개월까지는 연 3.2%,9개월까지는 연 3.6%의 이자를 지급한다. 1년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예치금액에 따라 이자가 다른데 3000만원 미만이면 연 4.3%,3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면 연 4.43%,1억원 이상이면 연 4.5%의 이자를 준다.

이 상품도 스텝업 예금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예치기간 외에는 연 1.0%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다만 스텝업 예금이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이 상품은 중도해지나 만기 시 이자를 한꺼번에 준다. 최소 가입금액은 300만원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