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 발달로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을 통해 세계 각국을 오가는 '디지털 유목민'이 됐다. 이들이 실제 국제경험을 쌓아 인재로 자라도록 비자 체계 등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안네 바이스버그 딜로이트 수석고문)

"글로벌 기업들은 경영 관련 능력만 보지 않는다. '스펙'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인성을 중시한다. "(팀 링고 IBM 글로벌HR 총괄 부사장)

"기업이 창조적 인재를 키우려면 졸업한 미취업자가 아니라 학부생 대상으로 인턴십을 시행해야 한다. "(로저 힐 미 조지아대 직업학과 학장)

'창의적인 인재양성 및 활용을 위한 대학과 기업 간의 협력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특별 좌담에서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인적자원을 기르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들은 창의적 인재란 다양한 경험을 갖춘 개혁가로 정의하고 혁신적 · 창의적 사고와 활동이 가능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은 김승환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예술 · 비즈니스 감각으로 혁신역량 키워라

참가자들은 창의적 인재는 개혁가의 면모를 지닌 인재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링고 IBM 부사장은 IBM이 컴퓨터 회사에서 IT · 컨설팅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한 경험을 토대로 창의적 인재를 설명했다. 그는 "더 뛰어난 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과거 IBM은 공학을 전공한 기술자들을 주로 뽑았다"며 "그러나 80년대 말부터 IBM이 위기에 빠지면서 예술 · 비즈니스 분야 전공자를 선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링고 부사장은 "결국 공학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지닌 인재들이 IBM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기획하고 컴퓨터 제조회사를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 · 비즈니스 분야 경력자들은 개혁가 혁신가로서의 잠재력이 있다"며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의 상당수가 예술 · 비즈니스 경력자들"이라고 말했다.

호기심과 의사소통 기술도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창의적 인재의 요건으로 제시됐다. 바이스버그 딜로이트 수석고문은 "자기 분야는 물론 조직 내 모든 사안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만이 급격하게 바뀌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현대 기업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팀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의사소통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혁신방안을 찾아내도 이를 적절한 팀과 함께 완성해 낼 역량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기업이 전략을 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의 상당 부분은 프레젠테이션 등 의사소통 기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IT 수업에서도 소그룹 발표를 지속적으로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유목민'에게 실제 경험 시켜라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좌담 참가자들은 젊은 세대들을 '디지털 유목민'으로 규정했다.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디지털로 연결돼 국경을 넘나드는 세대라는 의미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한 국제 경험이 풍부해 지구가 좁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디지털 활동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외국 진출이 쉽도록 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바이스버그 고문은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이 매우 큰 장점이란 사실은 유럽연합(EU)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며 "G20 차원에서 어느 나라에서든 일할수 있도록 비자든 이민법이든 관련 법 체계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인재들은 혁신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았다. 바이스버그 고문은 "천연자원이나 원자재가 거의 나지 않는 한국 사회가 이렇게 성장한 것을 보면 놀랍다"며 "변화하고 싶어 하는 의지,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등이 한국인들에게 내재돼 있는 것 같다"고 부러워했다. 링고 부사장은 "업무에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며 좋은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많다"며 "다만 남의 아이디어를 빌려오고 모방은 잘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은 조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스펙보다는 경험 · 인성을 갖춰라

기업이 창조적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턴십이 제시됐다. 대학졸업 미취업자 대상의 고용차원 인턴십이 아니라 졸업 전에 참여하는 인턴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원하는 능력 수준과 대학 졸업생들의 능력 사이에 간극도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힐 학장은 "주로 학부 2학년 학생들을 인턴십에 참가시키고 토론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사항들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턴십 기회 제공은 대학과 기업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쌓을 것을 주문했다. 소위 '스펙'으로 불리는 토익점수나 자격증 등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인성을 키우는 데 주력하라는 것이다. 링고 부사장은 "사업을 하는 회사라고 해서 경영 관련 능력만 보는 게 절대 아니다"며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가산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스버그 고문은 "모험심이 있고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협력을 잘하는 인재를 높이 평가한다"며 "윤리적인 측면도 무시하지 못할 평가요소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