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낙엽 밟으면 나도 '조각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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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 조각공원 나들이
소마미술관 조각공원
국내외 작품 118점 전시
신라호텔 야외조각공원
정원사 손길 고스란히
현대작가 조각 70여점 설치
우장산 조각의 거리
산기슭 따라 조성
조깅·산책코스로 '딱'
소마미술관 조각공원
국내외 작품 118점 전시
신라호텔 야외조각공원
정원사 손길 고스란히
현대작가 조각 70여점 설치
우장산 조각의 거리
산기슭 따라 조성
조깅·산책코스로 '딱'
미술관 안에서만 미술품을 보라는 법은 없다.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아직은 따뜻한 가을햇살을 받으며 바깥에서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서울에서도 여럿이다. 정말 마음먹고 조각작품을 보고 싶다면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에 가는 게 좋다.
도심에서 잠시 미술작품과 단풍을 보며 짧은 산책을 하고 싶다면 서울 신라호텔 내 야외 조각공원이 괜찮다. 우장근린공원은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 중 산책코스나 조깅코스에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울린다.
서울에서 야외 조각공원이 가장 잘 조성돼 있는 곳은 송파구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이다.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에는 작품 118여점이 전시돼 있다. 소마미술관에 가려면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에서 내려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게 빠르다.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을 둘러보는 방법은 보통 미술관 앞쪽 기획전시마당,그 뒤편에 있는 대초원,대초원을 지나면 나오는 조각의 숲 순으로 잡으면 편하다. 조각공원에 전시된 작품을 모두 관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다. 전시된 작품들에는 별도의 설명이나 작품명이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먼저 소마미술관에 들러 팸플릿을 얻는 게 좋다.
기획전시마당에 들어서면 웬만한 건물 높이를 웃도는 대형 조각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은빛 반구체들이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른 듯한 형상을 한 작품은 작가 문신의 '올림픽-화합'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의미로 제작됐다.
주변 높은 건물들의 '덩치'에 전혀 짓눌리지 않을 정도로 높아 첫눈에 이목을 끄는 작품이다. 기획전시마당을 벗어나 대초원으로 가면 바람이 불 때마다 조금씩 움직이는,미국 작가 조지 리키의 '비스듬히 세워진 두 개의 선들'이 보인다. 태극기의 음양 등 한국적 전통과 작가의 고향인 스페인적 요소를 융화했다는 호셉 마리아 수비라치의 '하늘 기둥'도 눈이 가는 작품이다. 조각이 대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듯한 형상을 한 루마니아 작가 알렉산드루 아기라의 '열림'도 볼 수 있다. 조각의 숲에는 대형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소마미술관 조각공원으로 끝이 아니다. 올림픽공원 곳곳에도 많은 미술작품이 설치돼 있으니,공원을 산책할 겸 천천히 돌아다녀도 좋겠다.
이달 22일까지 '오텀 인 소마' 행사가 열린다. 작은 음악회,디지털 삼인삼색 영화 상영 등의 행사가 매주 토요일에 있다. 이 기간 중에는 소마미술관 입장료가 50% 할인된다. 소마미술관 본관은 월요일에 휴관이고,조각공원은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며 별도의 관람료는 없다. 홈페이지(www.somamuseum.org) 참조.
서울 신라호텔 안에 있는 야외 조각공원은 잘 가꿔진 정원에 조각 작품 70여점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신라호텔 영빈관 뒤편으로 가면 작은 공터가 있는데,오른쪽에 야외 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작은 돌계단길이 있다. 이끼가 낀 위로 붉은 낙엽들이 떨어진 돌계단을 밟고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조각공원이다.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주로 현대 작가들이 제작한 것이다. 고정수의 '눈을 감으면 더욱 잘 보이느니'와 '여인 좌상',유영교의 '두자매',김창희의 '쌍 무지개',김정숙의 '비상'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 대부분은 난해하지 않아 둘러보기 편하다.
신라호텔 야외 조각공원의 장점은 잘 조성된 풍광이다. 정원사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원수가 있는 계단 입구에 발을 디디면 단풍이 든 나무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조각들을 둘러보며 위로 더 올라가면 잘 보존된 서울성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짧은 산책로가 펼쳐진다.
산책로 옆에는 조각작품들과 함께 여전히 단풍을 지니고 있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운치가 있다. 마침 은행나무 옆에 자리를 잡은 작품 '모정'을 보니 가을이 더 실감났다.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 어린아이의 팔 위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이 수북했다. 조각공원 끝에 있는 팔각정에서는 서울 시내가 잘 보인다.
서울 강서구 우장근린공원에는 '우장산 조각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주택가에 인접한 공원 내 일직선으로 놓인 이 길을 몇걸음 걷다 보면 조각작품이 연이어 보인다. 모든 조각작품에는 작품명과 작가뿐 아니라 간단한 설명도 있어 이해하기 쉽다.
조각작품 사이사이에는 조지훈의 <승무>,박목월의 <나그네>,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등 명시가 걸려있다. 산기슭에 조성된 공원답게 숲이 울창해 단풍을 구경하고 낙엽 밟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
우장근린공원에 가려면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가는 게 지름길이긴 하지만,아쉽게도 출입문 개방시간(오전 4~8시,오후 7~11시)이 정해져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