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용쇼크' 세계경제 최대 암초로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고용 시장은 여전히 혹한기다. 미국 실업률은 26년 만에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비 위축 또한 이어져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이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출구전략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 고용쇼크…10월 실업률 10.2%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10.2%로 1948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두 번째로 10%대를 돌파했다. 실업자 수는 1570만명으로 치솟았고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지만 22개월째 일자리가 줄었다. 1980년대 초에도 실업률이 10.8%로 피크를 이뤘었다.

'글로벌 고용쇼크' 세계경제 최대 암초로
전문가들은 과거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선 이후에도 최소 6개월 정도 실업률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내년 초까지는 실업률이 계속 오르며 고용 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최근 "실업률 고공행진이 내년 1분기부터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됐던 실업률 10% 돌파 시점이 10월로 앞당겨졌다는 점에서 실업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고용을 확대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0% 기업이 추가 감원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실업률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에너지효율사업 지원 △기업세액 공제 확대 등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청년 실업률은 20%대

유럽연합(EU)은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이 20.1%대를 보이는 등 고용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9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실업률은 9.7%로 작년 동월(7.7%)보다 크게 높아졌다. 라트비아(19.7%)와 스페인(19.3%)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이 지난 5일 기준금리를 각각 연 1%와 0.5%로 동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며 실업률 상승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7월 실업률이 5.7%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5.5%(8월) 5.3%(9월)로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의 내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6%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9월 신규 취업자 수가 작년 동기대비 7만1000명 늘어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일자리 대책에 힘입은 것으로 제조,음식 · 숙박,건설 등 민간부문의 취업자는 계속 줄고 있어 의미있는 고용시장의 회복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