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시행된 전자어음 사용 의무화에 맞춰 외부감사 대상 업체들의 융통어음들이 자금을 구하려 명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전자어음 시행으로 인해 진성어음을 위장한 융통어음으로 자금 융통이 어렵게 생긴 업체들이 전자어음 사용의무화 시행 전 할인을 성사시켜 자금을 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최근 명동에는 A건설사의 어음할인 한 어음 중개업체에 의뢰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5000만원, 2500만원 정도의 어음이라고 해 명동에서는 낮은 금리는 아니지만 할인이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 A사는 수십억원의 소송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외감업체로서 업력도 오래되고 매출도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할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명동에서 회자되는 어음을 종합해 보니 1억원짜리 어음 수매 등 합계 약 5억원 정도의 어음이 돌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기업신용정보제공업체인 중앙인터빌(http://www.interbill.co.kr)에 따르면 A사와 같은 경우 5000만원짤;, 2500만원 짜리 어음이 진성어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 어음들이 진성어음일 수도 있으나 명동의 경험칙에 의하면 융통어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어음할인은 성사되지 않았다.

또 다른 외감업체인 제조업 B사의 어음 6억원이 돌아다니고 있다. 경기도 모쇼핑몰 분양대금조로 발행한 어음이었다. 이 어음 또한 전자어음시행에 맞춰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명동에서는 이런 어음들은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중앙인터빌 백재용 과장은 "B사의 어음을 통한 자금 융통 구조는 얼마 전 명동에서 회자되던 코스닥 C사의 자금 융통 구조와 거의 유사하다. 모 쇼핑몰 분양 대금 명목 어음이며, 배서업체의 성격 등 너무 유사해 동일한 인물이 자금 융통을 위해 분주히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라며 "최근 C사의 재무상태는 매우 악화돼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통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일부터 외부감사 대상 회사들은 어음 발행 시 의무적으로 전자어음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반 시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에 의거 발행 건당 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물론 진성어음 및 융통어음 모두 발행이 가능하다.

백 과장은 "진성어음의 진위를 재는 잦대를 세금계산서 발행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 전제가 되어야 하기에 융통어음이 진성어음으로 위장되는 것이 어려워진다"며 "이에 전자어음의무화 시행 전 할인을 시도하는 융통어음이 명동으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5년 전자어음 제도가 시행되면서 명동에서 거래되는 종이어음 유통물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 전자어음의무화가 시행되면 약 30% 정도는 어음유통량이 줄어들 것 같다"면서 "몇몇 어음 할인 업체들은 전자어음에 대비하고 있으며, 할인 또한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업자들은 어음할인 보다 자산유동화증권 거래나 증자대납 등 일명 '파생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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