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제 운명인가봐요. 남들은 어릴 때 시작한 노래와 연기를 뒤늦게 하게된 데 저 자신도 놀라워요. 집안 내력에 끼가 흐르나봅니다. "

축구선수 안정환의 사촌누나로 유명한 재즈가수 안희정(40 · 사진)이 국내 최초로 재즈트로트 앨범을 냈다. '돌아봐' 등 6곡을 수록한 그녀의 앨범 '새로운 유혹'이 그것.지난 10년간 재즈가수로 활동하다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유명작곡가의 트로트를 접목했다. 연말에는 멜로영화(제목은 미정)에 출연,연기자의 면모도 보일 예정이다.

"오페라를 팝 창법으로 부르는 팝페라는 듣기에 편하지요. 마찬가지로 재즈트로트도 따라부르기 쉬워요. 배경음악은 소울처럼 자유롭게 변주되지만 주 멜로디는 트로트처럼 단조로우니까요. 트로트는 재즈와 만나 좀더 고급스럽고 화려한 장르로 탈바꿈했어요. 그래서 재즈트로트는 10대부터 70대까지 전연령층이 좋아해요. 저로서는 새로운 음악에 도전한 거예요. "

재즈트로트는 한 마디로 트로트 멜로디를 재즈식으로 편곡한 노래.재즈의 광폭한 느낌과 함께 트로트의 반복 리듬을 살렸다. '돌아봐 돌아봐/한번만 나를 돌아봐/가지마 가지마 가지마/이대로 떠나가지마~'('돌아봐' 중).

다분히 신파조의 가사가 싸구려 느낌을 지운 이유는 재즈의 풍성한 리듬이 더해진 까닭이다. 가요 '영산강 처녀'등을 작곡한 송운선 선생의 아들인 송준서 재즈피아니스트가 5곡을 쓰고 히트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솔약국집 아들들' 등의 강동윤 음악 감독이 '동반자'를 작곡했다.

"뛰어난 작곡가들이 제게 아낌없이 곡을 줬어요. 저로서는 행운이죠.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에 음악을 하게 됐습니다. 음악은 저의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는 영원한 친구에요. 이혼의 상처도 음악으로 달랬어요. "

안희정은 늦깍이 연예인이다. 23살때 결혼하고 29살때 이혼한 뒤 노래와 연을 맺었다. 1998년부터 의류회사와 매니지먼트 회사 등에서 일하는 와중에 1999년부터 재즈가수 윤희정을 5년간 사사하며 라이브 콘서트를 병행한 것.특히 2003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2~3차례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디너쇼를 열고 있다. 디너쇼는 유명 가수가 아니면 적자보기 쉬운 모험 공연.주변의 만류를 뿌리친 채 그녀는 직접 기획과 마케팅까지 책임졌다.

"공연을 이채롭게 진행하니까 나중에는 호텔 측에서 다른 공연을 기획해달라고 제안해오더군요. 프로골퍼 손보란,탤런트 엄수진 등 다른 직업 출신들이 제 무대를 통해 가수로 데뷔했어요. "

그나마 안정환의 사촌누나로 유명세를 탄 게 재즈가수로 빨리 자리잡도록 이끌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정환이 누나 희정'이 아니라 '희정이 동생 정환이'로 팬들에게 각인시키고 싶단다. 연말께 멜로영화에 출연하면 만능엔터테이너가 될테니까. "노래는 필(feel)이니까 연기와 통해요. 모든 배우가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모든 가수들은 연기에 재능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