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총성 없는 환율전쟁이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중국 방문을 일주일 앞두고서 위안화 환율 문제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하지 말고 달러 가치나 잘 관리하라며 맞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7일 베이징 방문시 위안화 저평가 또는 조작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 측과 광범위한 대화를 할 것이며 환율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은 환율 조작국"이라고 언급했다가 중국 측으로부터 호된 반격을 받았다. 미 정부는 이후 가능한 한 위안화 환율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았다. 재무부는 지난 10월15일 의회에 제출한 '국제무역 및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지적은 무게감이 달랐다. 그는 "중국은 엄청난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런 문제를 풀지 못하면 정치 · 경제적으로 양국 관계는 긴장이 더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국이 어려운 경제 시절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수출 주도의 정책을 사용한 것은 정당했다"면서 "이제 중국도 자신감이 늘어난 만큼 균형성장 달성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산업계는 중국 정부가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로 중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위안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15~20% 정도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반격에 나섰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10일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이 제기하는 위안화 절상 요구는 그리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독 미국만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뜻이다. 당분간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올릴 뜻이 없다고 밝힌 것이기도 하다.

중국인인 린이푸 세계은행 부총재는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지 말라"고 발언했다. 그는 홍콩대 연설을 통해 "위안화 절상만으로는 세계경제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며 (오히려) 경제 회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원자바오 총리는 9일 "중국이 보유한 달러 자산 가치 변동을 세심히 관찰하고 있다"며 "미국은 적자 관리를 잘 해서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역공했다.

워싱턴=김홍열/베이징=조주현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