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임원들과 함께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했다.

전자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이례적으로 쇳물을 만드는 제철소를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LED TV 등에 쓰이는 내지문강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이 강판은 포스코의 전체 생산물량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요즘 LG를 비롯한 전자회사들은 이 강판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내지문강판은 표면에 손자국이 묻어나지 않고,전자업체들이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첨단 소재다.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두께를 줄이더라도 강도를 높일 수 있으며 자연 분해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 소니도 LG전자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올해 포스코와 내지문강판 공급 계약을 맺었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부회장은 포스코 측이 안내한 광양제철소에서 전자제품 소재인 전기도금강판 공장과 고로 및 열연시설의 생산공정을 꼼꼼히 살펴봤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LG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에 공급하는 전자제품용 강판 및 자동차강판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공장을 둘러본 남 부회장은 정준양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과도 만나 사업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전자제품용 강판 수급 및 시장 동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남 부회장의 이번 제철소 방문을 두고 포스코와 LG전자 간의 상호협력 확대 논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포스코와 LG전자는 전자제품용 특수강판인 내지문강판을 이용해 현재 최소 두께인 25㎜보다 훨씬 더 얇은 LED TV를 만드는 방안과 TV,휴대폰 외에도 PC 모니터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내지문강판을 확대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지난 8월 LG전자 평택공장을 찾은 데 대한 답례 차원의 방문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특별한 사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장창민/송형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