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얼굴)이 이르면 이달 중 세종시 기존 계획의 수정 불가피성을 담은 대국민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청와대는 구체적인 시기 및 형식,내용 등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하면 왜 수정을 해야 하는지 배경과 필요성을 얘기할 것"이라며 "시기와 형식은 결정되지 않았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대통령의 입장 설명은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는 것과 별개"라고 밝혔다. 연말까지 예상되는 수정안 제시 이전에 이르면 이달 중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 4일 정운찬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 수정을 공식화했을 당시 직접 국민에게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청와대 참모들이 만류해 보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참모들에게 내비쳤다. '대통령이 총리를 앞세워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일부 여론의 비판을 불식시키고 세종시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청와대 정책라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기존의 계획대로 세종시 건설을 추진하면 지금 당장은 국정 운영하기가 편하지만 다음 정권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임기 중 기초를 닦아 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형식은 대국민 담화와 국민과의 대화,기자회견 등을 고려하고 있다. 대선 때 세종시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했던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대안의 윤곽이 잡히고 여론 정지 작업이 어느 정도 될 때까지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데 대해 청와대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나서게 되면 친박근혜 측과 직접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을 비롯한 반대파들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정 총리가 전면에서 세종시 문제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물밑에서 여론 숙성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판단에서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나서게 될 정확한 타이밍을 지금 점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