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中공장 생산성, 한국보다 1.5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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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성 옌청공장 르포] 1개 라인서 5개 차종 조립
작업시간은 탄력적으로 조정…노조 입김 센 한국선 상상 못해
작업시간은 탄력적으로 조정…노조 입김 센 한국선 상상 못해
10일 중국 장쑤성 옌청에 있는 둥펑웨다기아(東風悅達起亞) 제2공장에선 1500여명의 직원들이 173대의 용접로봇과 함께 포르테와 세라토 등을 쉴 새 없이 조립하고 있었다.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제2공장 생산능력을 연간 20만대에서 30만대로 확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백현철 공장장(상무)은 "주 5일 근무지만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휴일까지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2공장 조립라인 위에 '시간당 37대 생산'이란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회사는 올 들어 10월 말까지 1,2공장에서 14만대 이상을 생산해 판매했다. 전년 동기보다 55% 늘어난 수준이다.
옌청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상하이 등 대도시뿐 아니라 2~3급 중소도시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옌청시에 굴러다니는 차량의 절반이 기아차다. 백 공장장은 "차량 품질이 미국과 유럽에서 호평받으면서 소비층이 크게 확대된 데다 작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만큼 노동 유연성이 높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직 근무시간을 하루 8~11시간까지 신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백 상무는 "1공장의 경우 1개 라인에서 리오 카니발 옵티마 스포티지 등 5개 차종을 혼류 생산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노조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유연한 생산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옌청공장의 편성효율(생산라인별 인력배치의 최적화 상태)은 90% 수준으로,기아차 한국 공장 평균(60%)보다 1.5배 높다. 문제가 생기면 실시간 카메라가 서울 양재동 본사로 전송해 대처 방안을 알려주는 지능형 시스템도 불량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백 공장장은 "한국에선 카메라 설치를 반대하는 노조 때문에 해외 공장에서만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형 모델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조립라인에 서 있는 쏘울은 범퍼 색깔이 차체와 같은 색으로 돼 있다. 중국인들이 단일 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옌청시는 기아차의 질주에 힘입어 자동차 산업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매매는 물론 부품 거래까지 이뤄지는 대형 거래센터가 내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시 정부는 20억위안(약 360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시험장도 지을 계획이다. 기아차가 2100년 역사를 지닌 '소금의 도시' 옌청을 '장쑤성의 디트로이트'로 변신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는 옌청의 한류 전도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 정부가 도로안내 표지판에 한글을 병기하기 시작한 것도 기아차 진출 이후다. 5성급 호텔 객실 전화기에도 한글이 함께 적혀 있다.
옌중 옌청시 대외경제무역합작국 부국장은 "기아차와 협력업체 주재원 가족들이 늘면서 온돌방과 한국식 사우나가 생기는 등 한류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옌청 거주 한국인은 1000여명에 불과하지만,투자 · 매출 · 세수 등 모든 면에서 최대 규모 외자계 기업이 한국 업체란 점이 친한(親韓) 정서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옌청(장쑤성)=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