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생한 남북한 교전은 해군이 수상한 선박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직접적인 교전은 2분40여초 만에 끝났지만 교전이 발생하기 약 1시간 전부터 우리 해군은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10:33 백령도 해병대 레이더 기지는 갑자기 긴장감에 휩싸였다. 한가롭게 어로작업을 하던 우리 어선과 중국 어선 수척 사이로 정체 불명의 선박 한 척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경기도 평택항에 있는 2함대 사령부 참모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10:43 참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 10여분 뒤 정체 불명의 선박은 북한 경비정으로 밝혀졌다. 해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참수리' 고속정 2척으로 이뤄진 고속정 편대를 대청도 인근 해역으로 급파했다. 서해 레이더 기지와 함대 사이에 긴급한 교신이 오갔다.
◆11:22 '삐~삐~삐'.백령도 레이더 기지에서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북한 경비정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하기 직전임을 알리는 경계신호였다. "귀측은 우리 해역에 과도하게 접근하였다. 즉시 북상하라." 북한 경비정과 약 3㎞를 사이에 두고 진을 치고 있던 참수리 편대는 두 차례에 걸쳐 북한 경비정에 경고통신을 발동했다. 하지만 북한 경비정은 경고를 무시하고 남하를 계속했다.

◆11:27 북한 경비정은 대청도 동쪽 6.3마일(11.3㎞)까지 내려와 NLL을 1.2마일(2.2㎞) 침범했다. 제3의 연평해전이 우려되는 순간이었다. 1분 후 우리 고속정 편대는 "귀선은 우리 경고에도 침범 행위를 계속하여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변침(항로 변경)하지 않을 시 사격하겠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귀선에 있음을 경고한다"는 사격 경고통신을 2차례 발동했다.

◆11:32 사격 경고통신을 1회 더 발령했지만 북한 경비정은 NLL 이남 1.2마일(2.2㎞) 해상에 머무르며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참수리에는 긴급 명령이 하달됐다. 함정 전체에 긴장감이 흘렀다. 북한 경비정에서 85㎜ 단연장포가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단연장포는 제2 연평해전 때 우리 고속정의 조타실을 완파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무기.

◆11:37 참수리 편대는 교전규칙에 따라 함포를 이용해 적 경비정 앞과 뒤 1㎞ 지점을 겨냥해 수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북한 경비정에서 포가 발사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북한은 우리 고속정 편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포탄을 날렸다. 우리의 경고사격과 다른 조준사격이었다. 11시37분.참수리 편대도 즉각 40㎜ 함포 200여발로 대응사격을 가했다. 적은 50여발의 포탄을 퍼부었지만 정확도에서 앞선 우리 고속정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11:40 양측이 교전을 시작한 지 2분30~40초 뒤인 11시40분께 북한 경비정은 뱃머리를 북으로 돌렸다. 북한 경비정은 연기가 날 정도로 반파돼 북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수리도 조타실 사이 외부 격벽에 15발을 맞았으나 인명과 장비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 해군의 완벽한 승리였다. 남북한 교전 당시 우리 어선과 중국 어선 수척은 즉시 안전지대로 이동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교전과 관련한 북한 측의 정확한 피해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교전을 전후로 서해에 배치된 북한의 해안포나 실크웜,샘릿 지대함 미사일 등의 발사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북한군의 지상과 공중,해상에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합참은 "이번 사건은 북한 경비정이 먼저 NLL을 침범하고 경고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경비정을 먼저 직접 조준사격함으로써 발생한 유감스런 사건"이라며 "북한 측에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이 우리 측 인명 피해 없이 2분여 만에 북한 함정을 퇴거시킬 수 있었던 것은 경고방송-경고사격-격파사격으로 교전 수칙을 3단계로 줄인 때문이다. 2002년 제2 연평해전 때는 합참보고와 명령대기 등 2단계가 더 있어 아군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