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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代를 잇는 家嶪] (75) 대영공조휠터‥ "서울 지하철역·63빌딩 상쾌한 공기…우리 필터가 걸러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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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1~5호선 168개 역 중 48곳의 환풍구와 공조시스템에서 나오는 공기는 우리 제품을 통과해야 합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호흡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죠."

    필터 전문기업 대영공조휠터의 김대섭 회장(61)은 "깨끗한 공기를 마시도록 해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영공조휠터는 1985년 창업 이래 에어컨이나 빌딩,각종 제조공장의 공조시스템에 들어가는 필터를 만들어왔다. 생산하는 필터 수만 30여종에 이른다. 국내 400여개의 필터 생산 업체 중 시장점유율 약 20%로 3위권이다. 이 중 에어컨용 필터는 70% 정도로 단연 1위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을 통해 서울 지하철 1~5호선의 48개역에서 쓰이고 있다. 한화유통,63빌딩,갤러리아백화점,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30여개 대기업 본사빌딩과 생산시설에서도 사용된다.

    창업주 김대섭 회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중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나이도 어린 데다 돈도 없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김 회장은 "사탕 과자 등을 파는 구멍가게도 열어봤고 생선장사도 해보는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털어놨다.

    김 회장은 1982년 지인과 동업으로 자동차 부품유통업을 하면서 자동차용 필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구조가 단순해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985년 서울 시흥3동에 있는 시흥유통상가에 사무실을 내고 망우동에 30㎡도 안 되는 지하 월세방을 얻어 필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내와 단 둘이 시작한 가내수공업 수준이었죠.퀴퀴한 실내공장에서 직원들이 튀근한 뒤에는 아내와 둘이 밤을 새워가며 만들었어요. " 아내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불러와 망을 끼우는 작업부터 재봉질까지 하며 사업을 도왔다. 직원들 점심밥도 직접 지어 챙겨줬다. 김 회장은 용달차를 마련할 돈이 없어 제품을 짊어지고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팔았다.

    다행히 품질을 인정받아 주문은 꾸준히 늘었다. 입소문을 타고 처음 10개가 100개,1000개로 증가하는 식이었다. 그러던 차에 성장의 전기를 맞는다. 대우캐리어에서 제품을 공급해줄 것을 요청해온 것.김 회장은 "90년대 초 대우캐리어에서 불러 갔더니 매일 800개를 납품해 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다"며 "이는 당시 회사 하루 생산량의 4배가 넘는 물량이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몇 달간 새벽부터 자정 무렵까지 만들어 물량을 댔다.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평판에 힘입어 주문이 3~4배씩 늘어났다. 여기에다 90년대 중반 공조시스템으로 건물 내 환기를 하는 30층 이상의 초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 공조기용 필터 주문까지 넘쳐나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이 때 김 회장은 필터생산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 1995년부터 생산력을 3배 이상 끌어올렸다. 그는 "가죽이나 스펀지를 자르는 절단기에 일종의 자동 컨베이어벨트를 부착해 필터용 망이 자동으로 잘리도록 하는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한창 성장하던 2003년 3남 중 장남으로 건국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김진영 대표가 입사하면서 회사경영에 힘을 실어줬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 건물의 남는 열을 다른 용도로 바꿔 쓸 수 있는 소자가 포함된 필터,1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헤파필터 등을 개발하면서 회사의 경쟁력을 높였다.

    김 대표가 뜻하지 않게 경영을 승계받은 시점은 올 3월이다. 부친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기억력이 서서히 감퇴하는 신경수초성탈수초증이라는 병에 걸린 것.뇌신경 장애로 구토,어지럼증,기억상실 및 언어장애가 오는 병으로 경영을 할 수 없게 됐다. 김진영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지켜봐왔기에 정말로 사업을 물려받기 싫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그는 어릴 적부터 다른 꿈이 있었다. 바로 요리사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한식조리사자격증을 따는 등 요리공부에 매진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반대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 유통회사에 취직했다가 3개월 만에 그만두고 아버지 밑으로 들어왔다. 아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느낀 아버지가 끊임없이 입사를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더 이상 외면할 수가 없어 회사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후 6년간 생산,영업,관리,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퇴근 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까지 필터 소재 및 공조시스템을 공부하고 주말이면 도서관에 들러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등 열과 성을 다했다. 김 대표는 "20년 가까이 일해온 직원들보다 더 많이 알고싶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며 "비록 올해 매출은 약 20억원에 불과하지만 열심히 공부를 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양주=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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