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조선해양이 매각 재수(再修)에 들어간다. 채권단은 반도체와 조선 경기 등을 감안,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지만 이미 한 번 실패한 전례가 있어 부담이 크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 기관인 외환은행은 16일 하이닉스 M&A(인수 · 합병) 관련 진행 방향 협의를 위한 주식관리협의회를 열어 연내 재매각 추진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효성이 포기한 만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재매각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입찰 방식은 미정이지만 한때 효성이 원했던 분할 인수나 공동 인수 방식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게 외환은행의 방침이다.

다만 이미 44개 잠재적 인수 회사들로부터 외면을 당한 전례가 있어 해외 매각 불가 방침을 바꾸지 않는 한 경쟁구도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다음 달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더라도 참여 의사를 밝히는 기업이 나올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월 말 한화 컨소시엄에 대한 매각 무산 이후 10개월여 만에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산은은 내달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내년 초 투자제안서(IM) 발송과 인수의향서 접수 등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은 "기업의 발전을 위해 매각 시기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관심은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뒤 300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을 놓고 산은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한화가 재입찰 자격을 가질지 여부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포스코도 대우조선해양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지난번 인수전에 참여한 모든 후보들이 똑같은 선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화 역시 재도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두 회사의 매각 시기가 겹칠 경우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과 하이닉스반도체는 원매자군이 다른 만큼 인수 후보가 겹치는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