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소프트웨어 분야 국내 최강자인 KT와 티맥스소프트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위해 손을 잡는다.

KT 고위 관계자는 12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ICT 사업을 뒷받침할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티맥스소프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설립과 관련,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고 세부적인 조율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의 자본금 규모는 50억~100억원 수준으로 연말이나 내년 초 출범할 전망이다.

티맥스소프트는 15일까지 'KT-티맥스 합작법인'에서 근무할 직원 약 100명을 모집하는 사내 공지를 올렸다. 합작법인 설립을 기정사실화하고 직원 선발까지 시작한 것이다.

◆차세대 통신사업 육성에 '의기투합'

합작법인은 KT가 추진 중인 차세대 사업의 연구 · 개발(R&D)센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클라우드 컴퓨팅,기기 간 통신(M2M) 등 신사업 분야에서는 각종 소프트웨어 기술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게 아니라 KT가 진출할 새로운 사업 분야에 응용할 SW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대형 컴퓨터에 설치한 뒤 인터넷을 이용해 다수의 사람들이 나눠 쓰는 방식의 컴퓨터 기술이다. KT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인프라와 티맥스가 보유한 운영체제(OS),미들웨어,데이터베이스 등의 기술을 결합하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람이 일일이 체크하지 않아도 통신 모뎀을 내장한 센서를 이용,전기나 수도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기 간 통신 영역의 협력도 예상된다. 계량기와 센서,통신 모뎀을 원격지에서 정밀하게 제어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M2M 사업은 전기,가스 등의 원격 검침에서 출발해 요즘엔 가로등 제어,기상 정보 수집,해양 관측,농사시설 관제 등의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사업도 강화

KT가 티맥스와 함께 모바일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티맥스는 이번 채용 공지에서 지원 자격을 △OS 개발 유경험자 △네트워크 및 보안 분야 유경험자 △임베디드(내장형 소프트웨어) 경력자 등으로 한정했다. 티맥스가 수년간 연구해온 OS 분야의 역량을 KT의 통신기술과 접목해 모바일 OS,모바일 오피스 등을 개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실적이 악화된 티맥스 입장에서는 이번 합작을 통해 SI(시스템 통합) 사업을 축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티맥스는 지난 상반기 22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나친 인력 채용으로 조직이 비대해져 최근엔 200여명의 직원에 대해 권고사직 조치를 취했다.

KT 관계자는 "이번 제휴 협상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태훈/안정락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