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루저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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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힘은 실로 놀랍고도 무섭다. '외모는 경쟁력이요,미모는 권력'이라는 광고문구가 나오더니 한 여대생이 공중파방송에서 던진 말 한마디가 인터넷은 물론 대학가를 넘어 전국을 들끓게 만들고 있다. '루저(loser,패배자)의 난(亂)'이라고까지 불리는 이른바 루저 소동이다.
발단은 9일 밤 KBS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여대생이'키 작은(180㎝ 미만) 남자는 루저'라고 말한 것.방송이 나가자마자 '졸지에 루저가 됐다'는 남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하루 만에 여대생의 모든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이틀 만에 수없이 많은 패러디가 등장했다.
배우 톰 크루즈는 '톰 크 루저',나폴레옹은 '루저 레옹'으로 바꾸는 등 키 작은 유명 인사들이 패러디 대상이 됐고 심지어 서해교전도 루저 발언 탓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학교 정문 기둥에 금을 긋고 그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루저 입장 중'이라는 식의 화면도 등장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해당 여대생이 재학중인 학교 커뮤니티에 공개사과를 했지만 누리꾼들의 분노와 패러디 열풍은 가라앉을 줄 모른다. 오히려 같은 루저도 골드 루저(178~179㎝),실버 루저(174~177㎝),브론즈 루저(170~173㎝),루저(170㎝ 미만) 등으로 나누는 등 파장은 커져만 간다.
여학생에 따르면 처음 출연한 TV였던 만큼 경황이 없어 대본대로 했다며 백배 사죄했다. 출연자가 대본 없이 말한 것이라고 해도 녹화방송인 만큼 충분히 중재하거나 발언 수위를 조절할 수 있었을 텐데 대본을 줘 그대로 따라하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막까지 내보냈다.
방송이 외모를 우스갯거리로 만든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시청자를 웃긴다는 구실 아래 출연자의 외모를 놓고 온갖 막말과 험담으로 놀리고 헐뜯는다. 찌질이,약골,뚱땡이,항돈이 등.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이 도를 넘으면서 방송의 윤리와 도의적 책임은 온데간데 없고 은어와 비속어 등 막말은 한계를 모른다.
방송은 공공재다.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엔 이런 항목들이 있다. '방송은 정신적 · 신체적 차이를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해서는 안되며,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어서는 안된다(21조 3항).' '방송은 국민의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의 정립,사회윤리 및 공중도덕의 신장에 이바지해야 한다(25조).'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발단은 9일 밤 KBS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여대생이'키 작은(180㎝ 미만) 남자는 루저'라고 말한 것.방송이 나가자마자 '졸지에 루저가 됐다'는 남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하루 만에 여대생의 모든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이틀 만에 수없이 많은 패러디가 등장했다.
배우 톰 크루즈는 '톰 크 루저',나폴레옹은 '루저 레옹'으로 바꾸는 등 키 작은 유명 인사들이 패러디 대상이 됐고 심지어 서해교전도 루저 발언 탓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학교 정문 기둥에 금을 긋고 그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루저 입장 중'이라는 식의 화면도 등장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해당 여대생이 재학중인 학교 커뮤니티에 공개사과를 했지만 누리꾼들의 분노와 패러디 열풍은 가라앉을 줄 모른다. 오히려 같은 루저도 골드 루저(178~179㎝),실버 루저(174~177㎝),브론즈 루저(170~173㎝),루저(170㎝ 미만) 등으로 나누는 등 파장은 커져만 간다.
여학생에 따르면 처음 출연한 TV였던 만큼 경황이 없어 대본대로 했다며 백배 사죄했다. 출연자가 대본 없이 말한 것이라고 해도 녹화방송인 만큼 충분히 중재하거나 발언 수위를 조절할 수 있었을 텐데 대본을 줘 그대로 따라하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막까지 내보냈다.
방송이 외모를 우스갯거리로 만든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시청자를 웃긴다는 구실 아래 출연자의 외모를 놓고 온갖 막말과 험담으로 놀리고 헐뜯는다. 찌질이,약골,뚱땡이,항돈이 등.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이 도를 넘으면서 방송의 윤리와 도의적 책임은 온데간데 없고 은어와 비속어 등 막말은 한계를 모른다.
방송은 공공재다.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엔 이런 항목들이 있다. '방송은 정신적 · 신체적 차이를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해서는 안되며,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어서는 안된다(21조 3항).' '방송은 국민의 올바른 가치관과 규범의 정립,사회윤리 및 공중도덕의 신장에 이바지해야 한다(25조).'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