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흑자 급증에 美·EU 이어 개도국까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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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상 시사
"내년 3~5% 절상" 가능성
글로벌 불균형 해소 기대
"내년 3~5% 절상" 가능성
글로벌 불균형 해소 기대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을 시사한 것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위안화 강세가 필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의 대부(代父)를 자처해온 중국이 동남아시아 개도국으로부터까지 위안화 절상 압력에 직면하는 등 사면초가에 몰리자 국제사회에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10월 무역수지 흑자가 전월의 두 배 수준인 240억달러로 불어나면서 중국이 위안화의 인위적 약세로 수출을 늘리는 불공정경쟁 덕을 보고 있다는 각국의 비판이 커져왔다.
◆오바마 대통령 방중 선물?
위안화 절상 압력은 오는 15~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환율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 참석에 앞서 일본 방문길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위안화 환율의 변동폭에 더 큰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지난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강한 위안화가 세계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위안화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국제통화기금 · IMF), "위안화 유연성 강화는 중국에도 필요하다"(아시아개발은행 · ADB)는 등 국제금융기구도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했다.
여기에 개도국들까지 가세했다. APEC 21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시장지향적 환율의 관점에서 물가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통화정책에 착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시장지향적'환율정책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으로선 위안화 절상을 허용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할 수 있고 내수를 진작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 투자회사인 리버프런트의 마이클 존스 펀드매니저는"중국은 인플레 억제를 위해 내년에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인플레 가속화로 사회소요가 일어날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스 펀드매니저는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7%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점진적 절상 예고
하지만 중국이 16개월간 묶어온 위안화 환율을 다시 절상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긴 했지만 아직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에 미칠 충격을 감안해 점진적 절상만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지난 주말 "수출기업을 위해 안정적인 환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들며 인민은행의 입장변화가 아직 고위층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위안화 재절상이 이르면 오바마 방중시기에 맞춰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대외경제무역대학 딩즈제 교수는 "보고서의 문구 변화는 사실상 달러에 고정시킨 환율제를 끝낼 준비가 됐다는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내년에 위안화가 3~5%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인민은행 기준환율 대비 상하 각각 0.5%로 제한돼 있는 변동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변동폭 확대가 즉각적인 절상으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환율 유연성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존스 펀드매니저는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의 막대한 소비를 진작시켜 글로벌 무역 붐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달러화에 고정돼 달러화와 함께 약세를 보여온 위안화 가치가 유로 엔 원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설 경우 유럽과 일본 한국 등 각국의 수출경쟁력 회복도 기대된다. 중국에 집중됐던 무역분쟁이 수그러들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올 들어서만 세계로부터 88건의 무역제재를 받았다.
오광진/박성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