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을 건드려 놓긴 했는데…." 지난 11일 쌍용자동차 기술 유출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접한 국내 자동차 회사의 한 관계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쌍용차 측에서 조직적인 기술유출이 없었다고 부인해서만은 아닌 듯했다. "불똥이 우리한테 튈 수 있다"는 걱정에서였다. 유출된 것으로 발표된 기술이 업계 시각에서는 대단치 않아보이는 측면이 있는데,상황을 너무 과대 포장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상하이차의 대주주인 중국 정부를 자극해 한국 자동차에 우회적인 '보복'이 뒤따를지 모른다는 걱정도 숨기지 않았다.

중국과 얽힌 산업 스파이 문제는 그동안에도 꽤 있었다. 2004년 말 대우 마티즈를 그대로 베낀 모델이 중국에 버젓이 판매됐고,2007년 5월엔 현대 · 기아자동차 직원이 중국 C사에 회사 기밀을 넘겨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다.

이 정도면 지식재산권 분쟁이 심각할 법하건만 중국 법원에까지 소송을 끌고 간 기업은 드물다. 황재원 KOTRA 해외투자총괄팀 차장은 "승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일본 혼다가 '홍다'라는 짝퉁 오토바이에 대해 판매 금지 및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가 소송 비용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돈만 받고 물러난 일이 있다"고 말했다. GM대우 역시 '마티즈 사건'을 유야무야 넘겼다.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무한 보호'의 벽이 생각보다 훨씬 높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거대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중국의 '힘'은 미국과의 타이어 분쟁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타이어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기로 하자,얼마 전 중국 정부는 '미국산 자동차 부품 수입 금지'로 맞대응에 나섰다. GM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업체로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쌍용차 기술유출 사건의 최종 결론은 법원으로 넘어갔지만,업계에선 중국과 관련한 기업 범죄 사건은 정교한 수사와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자동차 소비가 미국을 앞질렀고,우리 기업의 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단 칼을 뺀 상황에서 완벽한 법적 승리를 거두지 않는다면 감정 싸움의 후폭풍이 더 클 수도 있다. "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의 말도 귀담아 들어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