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15~18일)을 앞두고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달러 약세 진정 가능성에 주목하고 원화강세에 시달려온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혜를 점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3분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국제자본의 흐름과 주요 통화 추세의 변화를 감안해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중국이 지난 16개월간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82~6.83위안에 사실상 고정시켜 온 외환정책에서 탈피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5년 7월 고정환율제를 관리형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후 위안화를 3년간 21% 절상했지만 지난해 7월 이후에는 수출 기업 보호 차원에서 위안화 환율을 달러화에 고정시켜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중 기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및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강문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이 통해 위안화를 미 달러만이 아닌 주요 통화들과 연계해 책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시장에서는 결국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입장 변화에 일부에서는 향후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 기대로 달러 약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5년 중국이 페그제(달러에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키는 제도,peg)를 단행했을 때 수개월 동안 달러는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진적인 위안화 평가 절상은 양국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했고 달러는 재차 약세를 보였다.

강 연구원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상이 과거와 같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의 약세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단기적으로 달러가치가 안정세를 보인다면 원화 강세 우려가 반감될 여지가 커 그 우려가 지나치게 반영된 자동차 등의 수출주들이 부각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용찬 한화증권 연구원도 "빠른 위안화 절상과 함께 달러 약세 기조 둔화는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이라며 "하지만 위안화 절상이 서서히 진행되더라도 중국 내수소비 확대에 따른 국내 업체의 수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둔화되면서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내수소비 확대에 관련해서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중국 현지에 들어가 있는 국내 임가공 업체들은 환율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며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우리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