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심청은 없다. 서울시예술단이 14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리는 뮤지컬 '청 이야기'에서 심청은 당찬 여성으로 거듭난다.

청이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내용까지는 원전과 같지만 물에 빠진 이후 청의 여정은 《심청전》의 재해석을 넘어 '새로 쓰기'에 가깝다. 인당수에 빠진 청을 구하는 것은 용왕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왕자 희원이다. 희원은 용왕에 이어 왕의 자리에 올라야 하지만 그의 숙부가 쿠데타를 일으킨다. 청의 도움을 받은 희원은 쿠데타를 진압하고 청에게 왕비가 될 것을 제안하지만 청은 심봉사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심봉사는 눈을 뜨지 못한 채 청을 사지(死地)로 보냈다는 죄책감으로 죽은 지 오래다.

내용 뿐만 아니라 극을 표현하는 방법도 참신하다.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 스루(song through) 방식으로 극이 전개된다. 공연 속 노래만 40곡이 넘는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이 '가수'라는 인물이 청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한 극 중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이중구조로 공연이 이뤄진 것도 독특하다. 배우들이 2시간여 동안 무대를 떠나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배우들은 등장인물로 연기하고 관객으로서도 극을 지켜본다. 무대는 한국 사람보다는 서양인의 시각으로 꾸몄다.

연출은 뮤지컬 '쓰릴 미''파이브 코스 러브' 등의 이종석이 맡았고,음악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정글북' 등으로 알려진 최규섭이 만들었다. (02)501-7888

김주완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