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6억 아파트경품 '합법'… 카드권유 3만원 '불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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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품 규제 풀렸다지만…
수도권에 있는 중대형 아파트가 최근 백화점 행사 경품으로 나와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롯데백화점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158㎡ 아파트(48평형 · 분양가 5억8000만원)를 경품으로 내놓자 280만명이 응모했다. 지난 12일 이 아파트 추첨행사에는 1000여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이 백화점은 2차로 3억원 상당의 우주여행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모든 경품이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품에도 엄연히 규제가 있다. 아파트를 일반 경품으로 내건 행사는 '합법'이지만 신용카드 모집 때 나눠주는 고가의 경품은 '불법'이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시 제공하는 과도한 경품도 규제 대상이다.
◆신용카드 불법경품 성행
#사례1.자영업자 최모씨는 최근 가족과 놀이공원에 갔다가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었다. 카드 모집인이 신청서를 써주면 현금 3만원을 준다고 했다. 최씨는 "대여섯명의 모집인이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에게 접근해 카드 발급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사례2. 30대 여성 직장인 김모씨는 얼마 전 손세정제 보디워시 등 생활용품 4개를 공짜로 얻었다. 카드를 만든 대가로 모집인에게서 받은 경품이다. 김씨는 "마트에서 사려면 2만원이 넘는 물건들"이라며 기뻐했다.
2003년 신용카드 부실사태 이후 사라졌던 카드회사들의 길거리 고객 모집이 다시 성행하면서 상품이나 공연 · 전시회관람표,상품권,심지어 현금을 경품으로 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반적인 경품은 공정위의 규제를 받지만 신용카드회사 등 금융사가 내거는 경품은 금융감독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여신금융업법(시행령 6조 7항 제5호)에 따르면 신용카드 연회비의 10%를 넘는 경품은 '불법'이다. 일반적으로 카드 연회비가 5000~2만원이므로 500~2000원을 넘는 경품은 불법이라고 봐야 한다.
현금을 주는 것 역시 불법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들의 불법 경품을 규제하기 위해 주중 1회 운영하던 기동점검반을 주말 등을 포함해 주 5회 이상으로 늘렸지만 적발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집인 '자비(自費)'부담도
신용카드 모집인들은 비정규직으로 기본 월급이 60만~80만원 정도다. 고참급 모집인도 월급이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게 카드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모집수당이 주수입원이다. 신용카드 가입 한 건당 1만5000~4만9000원의 수당을 받고,일정액 이상 사용하면 다시 1만~4만4000원의 이용수당을 받는다. 고객이 카드를 만들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이용수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입수당을 받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다.
고객 가입을 늘리다 보니 회사에서 지급되는 경품뿐만 아니라 자기 돈으로 마련한 경품을 주곤 한다. 한 신용카드 모집인은 "회사에서 주는 경품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몇백원짜리 열쇠고리 정도"라며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이런 경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에 자비로 경품을 사서 주거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기 때문에 싸게 구입할 수 있지만 연회비가 낮은 카드를 만드는 고객에게 비싼 경품을 지급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카드 모집인의 불법 회원모집 행위가 적발되면 소속 카드사 임직원도 관리책임을 물어 제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경품 규제
물건을 살 때 끼워주는 일반 경품은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고시' 개정으로 규제가 없어졌다. 기업의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을 독려하고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모든 경품 규제가 풀린 것은 아니다. 공정위 규제만 풀렸을 뿐 다른 법 적용을 받는 경우 얘기가 전혀 다르다.
예컨대 이동통신 휴대폰 보조금도 가입고객에게 나눠주는 경품인데,방송통신위원회는 위법성 판단 기준을 15만원으로 정했다. 가입자 월평균 이익(월평균 매출액-경품을 제외한 월평균 비용)에 평균 가입기간을 곱해 산출한 금액(1인당 평균 14만2730원)을 근거로 경품 허용액을 정했다. 이 금액을 넘어선 경품에 대해서는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신문고시를 적용받는 신문의 경우 '유료 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는 무가지 또는 경품 제공이 금지된다. 1997년 1월 제정된 뒤 2년 만에 폐지됐다가 2001년 7월 부활됐다.
현상퀴즈 또는 추첨 등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특정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퀴즈 또는 추첨행사를 하는 경우 규제를 받는다. 현상경품 가격이 '예상매출액의 1% 또는 500만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경품 총액이 1000만원 이하일 경우 예상매출액 1%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다.
물건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현상경품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경품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특정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수억원대의 아파트가 백화점 경품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공개' 현상경품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롯데백화점이 1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만 경품행사를 진행했다면 아파트가 경품으로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태훈/박신영 기자 beje@hankyung.com
하지만 모든 경품이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품에도 엄연히 규제가 있다. 아파트를 일반 경품으로 내건 행사는 '합법'이지만 신용카드 모집 때 나눠주는 고가의 경품은 '불법'이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시 제공하는 과도한 경품도 규제 대상이다.
◆신용카드 불법경품 성행
#사례1.자영업자 최모씨는 최근 가족과 놀이공원에 갔다가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었다. 카드 모집인이 신청서를 써주면 현금 3만원을 준다고 했다. 최씨는 "대여섯명의 모집인이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에게 접근해 카드 발급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사례2. 30대 여성 직장인 김모씨는 얼마 전 손세정제 보디워시 등 생활용품 4개를 공짜로 얻었다. 카드를 만든 대가로 모집인에게서 받은 경품이다. 김씨는 "마트에서 사려면 2만원이 넘는 물건들"이라며 기뻐했다.
2003년 신용카드 부실사태 이후 사라졌던 카드회사들의 길거리 고객 모집이 다시 성행하면서 상품이나 공연 · 전시회관람표,상품권,심지어 현금을 경품으로 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반적인 경품은 공정위의 규제를 받지만 신용카드회사 등 금융사가 내거는 경품은 금융감독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여신금융업법(시행령 6조 7항 제5호)에 따르면 신용카드 연회비의 10%를 넘는 경품은 '불법'이다. 일반적으로 카드 연회비가 5000~2만원이므로 500~2000원을 넘는 경품은 불법이라고 봐야 한다.
현금을 주는 것 역시 불법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들의 불법 경품을 규제하기 위해 주중 1회 운영하던 기동점검반을 주말 등을 포함해 주 5회 이상으로 늘렸지만 적발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집인 '자비(自費)'부담도
신용카드 모집인들은 비정규직으로 기본 월급이 60만~80만원 정도다. 고참급 모집인도 월급이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게 카드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모집수당이 주수입원이다. 신용카드 가입 한 건당 1만5000~4만9000원의 수당을 받고,일정액 이상 사용하면 다시 1만~4만4000원의 이용수당을 받는다. 고객이 카드를 만들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이용수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입수당을 받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다.
고객 가입을 늘리다 보니 회사에서 지급되는 경품뿐만 아니라 자기 돈으로 마련한 경품을 주곤 한다. 한 신용카드 모집인은 "회사에서 주는 경품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몇백원짜리 열쇠고리 정도"라며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이런 경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에 자비로 경품을 사서 주거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기 때문에 싸게 구입할 수 있지만 연회비가 낮은 카드를 만드는 고객에게 비싼 경품을 지급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카드 모집인의 불법 회원모집 행위가 적발되면 소속 카드사 임직원도 관리책임을 물어 제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경품 규제
물건을 살 때 끼워주는 일반 경품은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고시' 개정으로 규제가 없어졌다. 기업의 창의적인 마케팅 활동을 독려하고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모든 경품 규제가 풀린 것은 아니다. 공정위 규제만 풀렸을 뿐 다른 법 적용을 받는 경우 얘기가 전혀 다르다.
예컨대 이동통신 휴대폰 보조금도 가입고객에게 나눠주는 경품인데,방송통신위원회는 위법성 판단 기준을 15만원으로 정했다. 가입자 월평균 이익(월평균 매출액-경품을 제외한 월평균 비용)에 평균 가입기간을 곱해 산출한 금액(1인당 평균 14만2730원)을 근거로 경품 허용액을 정했다. 이 금액을 넘어선 경품에 대해서는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신문고시를 적용받는 신문의 경우 '유료 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하는 무가지 또는 경품 제공이 금지된다. 1997년 1월 제정된 뒤 2년 만에 폐지됐다가 2001년 7월 부활됐다.
현상퀴즈 또는 추첨 등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특정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퀴즈 또는 추첨행사를 하는 경우 규제를 받는다. 현상경품 가격이 '예상매출액의 1% 또는 500만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경품 총액이 1000만원 이하일 경우 예상매출액 1%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다.
물건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현상경품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경품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특정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수억원대의 아파트가 백화점 경품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공개' 현상경품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롯데백화점이 1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만 경품행사를 진행했다면 아파트가 경품으로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태훈/박신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