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의 젊은 세대가 5000만원대의 수입차 장만을 계획하고 있다면 최근 국내 수입차시장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매력적인 선택들이 많다.

5000만원이라는 가격대에서는 최고급의 국산 대형차를 장만할 수 있지만, 1~2억대의 최고급 플래그십(대표모델) 모델들이 탄탄한 구매층을 확보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서는 '중가 시장' 정도로 분류된다.

이 가격대에는 특히 젊은 층의 마음을 끄는 스포츠카나 쿠페 등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닛산의 스포츠카 '370Z'와 렉서스의 스포츠세단 'IS250 F-Sport(스포트·이하 F스포트)'를 비슷한 시기에 만나봤다.

이들 두 차종은 5000만원대의 가격대에 걸쳐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배기량이나 성능, 편의사양과 차량의 성격 등에는 별다른 유사성이 없다.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도 어렵다.

다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두 차종 모두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의 연령대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 차량의 어떤 점들이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지 살펴봤다.

◆폭발적인 가속능력…'포르쉐 덤벼!'

먼저 닛산 370Z다. 닛산의 스포츠카 'Z시리즈' 6세대 모델인 이 차는 최대출력 333마력의 고성능을 자랑하는 2인승 스포츠쿠페다.

닛산은 지난 8월 이 차를 국내에 들여오며 '포르쉐는 벅찬 상대를 만났다'는 도발적인 문구로 홍보에 나섰다. 그만큼 본격적인 스포츠카를 표방했다. 차량 외관을 보는 순간 한 눈에 그런 생각이 든다. 양 옆으로 튀어나온 광폭 타이어와 몸을 잔뜩 웅크린 듯 낮은 차체가 매력적이다.

시동을 걸면 강렬한 엔진소리가 귓가를 자극한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 조금만 힘을 줘도 몸이 순간 뒤로 쏠릴 만큼 빠른 초반 가속능력을 보인다. 이 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붙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에 불과하다.

좀 더 속도를 높여보니 속도계가 순식간에 150km 이상으로 치솟는다.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후륜구동 방식으로, 속도가 높아지며 커져가는 배기음이 머리 뒤로 다가오는 느낌이 짜릿하다.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변속이 부드럽다. 시속 180~220km 사이를 넘나들어도 변속의 충격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페달에 가해지는 힘에 따라 엔진의 공기 흡입량을 조절하는 전자식 가변 밸브 리프트를 적용, 엔진의 반응이 즉각적이다.

연비도 ℓ당 9.6km를 주행해 일상 용도로 사용하더라도 유지비가 그리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2인승 자동차의 특성상 용도에 한계는 있지만 넉넉한 트렁크 적재공간이 아쉬움을 덜어준다.

◆이름만 바뀌었다고? 천만에!

다음은 렉서스의 F스포트를 타봤다.

이 차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다소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레이싱카에 주로 사용되는, 운전자 옆구리를 감싸주는 스포츠 버켓시트, 기본사양으로 적용된 18인치 알루미늄 휠과 공기저항계수를 낮춰주는 뒷날개 리어 스포일러 등을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렉서스는 새 차를 출시할 때 다각도로 심혈을 기울여 판매 전략을 수립하기로 유명하다. 기존의 중형세단 IS250에 'F스포트'라는 이름을 붙여 새로운 모델을 내놓은 이유를 알기 힘들었다.

막상 차를 타 보니 납득이 갔다. 외관상 기존 모델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차량의 움직임이나 승차감 등 느낌이 많이 다르다. 렉서스답게 부드럽지만 때때로 숨겨진 야성을 드러낸다.

가장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은 차량 바닥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의 변화다. 기존 모델이 안락한 승차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단단하게 세팅된 F스포트의 서스펜션은 운동능력을 크게 높였다.

딱딱한 밑바닥 세팅은 노면의 충격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지만 고속 주행이나 코너링 중 차체와 도로가 밀착하며 체감성능을 높여주는 특성이 있다.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젊은 층에서 반길만한 승차감이다.

급격한 커브길이 이어지는 도로를 달릴 때에도 스포츠 버켓시트와 맞물려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굽이진 언덕 내리막길을 제법 빠른 속도로 내려가 봤다. 운전대를 좌우로 돌려가며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F스포트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변화도 곳곳에 눈에 띈다. 벌집무늬로 바뀐 라디에이터 그릴과 'F'로고를 박아 넣은 매쉬타입(촘촘히 구멍이 뚫려 통풍을 돕는 재질) 운전대에서 이 차의 스포티한 면모를 찾을 수 있다. 강렬한 파란색의 F스포트 전용 색상도 선택할 수 있다.

이 차에는 최고출력 207마력의 2500cc급 6기통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역시 뒷바퀴를 동력을 전달하는 후륜구동 방식이며 연비는 ℓ당 11.4km다.

닛산 370Z와 렉서스 IS250 F스포트, 가격대는 비슷하지만 성향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폭발적인 '질주'를 즐기는 독신 운전자는 속도에 모든 것을 건 2인승 스포츠카 370Z에서, 결혼 적령기가 다가오는 운전자는 주행성능과 보편성을 배합한 스포츠 세단 F스포트에서 좀 더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물론 둘 다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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