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가 반환점을 돌아선 시점임에도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의 해법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을 조짐마저 보여 노정 간 정면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열린 차관급 회의에서 노사정 대표들은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 해법을 놓고 설전만 벌이다 오는 18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하고 성과 없이 헤어졌다. 회의에는 정종수 노동부 차관,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신승철 민주노총 사무총장,김영배 경총 부회장,김상렬 대한상의 부회장,송영중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참석했다.

노동계는 "시행하되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재계 역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시행하되 복수노조는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노동부는 "관행에만 맡길 수 없고,한 가지만 시행할 수도 없다"며 노사 양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3차 회의에 앞서 각자 대안을 가지고 논의하자고 요구했지만 3차 회의에서도 노사정 모두 변화된 안을 내놓지 않았다. 한 실무진 회의 참석자는 "모두 패를 감춘 채 상대방에게 패를 내놓으라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6자 회의 시한인 25일까지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회의 파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미 6자회의 탈퇴 검토 방침을 밝힌 상태다.

최근 통합공무원노조,공공기관 선진화 등을 둘러싼 노정 간 갈등이 확대되자 민주노총 내부에서 "지금 앉아서 회의할 때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다음 주께 상임집행부 회의를 열어 탈퇴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탈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게 노동계의 관측이다. 한국노총도 지난 10일부터 여의도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고 16일부터는 전 조합원 대상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하는 등 장외 투쟁 채비를 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