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 유치를 목표로 전국 6곳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FEZ · 경제특구)에 정작 외국 기업은 들어오지 않고 아파트 상가만 들어서는 등 경제자유구역 제도가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8월 경제특구로 지정된 인천 송도지구는 당초 계획된 산업 · 관광용지 면적을 줄이는 대신 주택 · 상업용지 55만평을 추가로 확대해 랜드마크 시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송도지구는 15억달러의 외국투자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까지 신고금액은 목표 대비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100만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산 · 진해의 명지지구는 산업용지를 축소하고 주택용지를 15만평 늘렸으며 광양의 화양지구는 관광레저 용지를 축소하고 상업용지 면적을 36만평 확대했다.


"외국자본을 유치해 국내산업 연관효과를 불러오도록 돼 있는 산업단지가 당초 취지와 달리 수익성 좋은 주거 · 상업용지로 바뀌면서 지역개발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총리실 관계자)"이다. 이처럼 경제특구가 지역개발 사업으로 전락하면서 최근 4년간 6개 경제특구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8억9000만달러(6월 말 기준)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FDI의 2.5%에 불과하다.

국무총리실은 최근 3개월간 경제자유구역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런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지적하면서 "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 회의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도록 경제자유구역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세종시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것에 대비해 개선책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특구는 참여정부 때 3개,이명박 정부 때 3개 등 모두 6개가 지정됐으나 그린벨트, 문화재지역, 사유지 등 개발하기 어려운 지역이 총 지정 면적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총 면적의 33%가 미개발 상태로 장기간 방치돼 있다.

특히 외국인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외국자본 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6개 경제특구 내 유일한 외국 교육기관인 인천송도의 국제학교는 건물을 완공하고 교사까지 28명 뽑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의 인가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학교를 운영할 캐나다 법인의 학교 운영 능력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병원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주택문제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송도 · 청라 · 영종도지구가 아파트를 일반분양하면서 외국인에게 1500세대를 특별분양했지만 13세대만 분양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전용주택 단지를 원하는 외국인 수요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