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골프 99%는 그립이 좌우…손과 클럽 틈 없어야"
아시아 골퍼로는 미국 PGA투어에서 최다승(7승)을 올린 최경주(39 · 나이키골프 ·사진)가 13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2010년 비상(飛翔)'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는 이종항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을 비롯 아시아나항공의 고객인 여행업계 관계자 등 약 200명이 참석,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세웠다. 강연 내용 중 골프와 관련된 부분을 요약한다.

◆골프는 그립이 기본이자 전부

"1985년부터 수많은 아마추어를 상대로 레슨과 강연을 했는데 공통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스윙이나 퍼트가 아니다. 골프를 잘 할 수 있는 첫 번째 원동력은 '그립'이다.

기계의 축을 지탱하고 있는 베어링이 시원치 않으면 기계가 고장 나듯이,그립을 잘 못 잡으면 스윙이 제대로 안 된다. 머리 속에 오만가지 이론을 집어 넣은 채 스윙하지 말고,그립을 제대로 잡는 데만 신경써라.머리 속이 복잡하면 스윙 속도만 떨어질 뿐이다.

골프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그립부터 점검하라.아마추어 골프의 99%는 그립이다. 내가 정확하게 그립하지 못했다면 미국에서 7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립이 안정적이면 확신이 생기고 정확한 스윙을 할 수 있다. 그립이 불안하니 '볼이 어디로 갈까?'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립은 손과 클럽이 밀착되어 틈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스윙 내내 클럽이 놀지 않는다. "

◆믿어야 자신감이 생긴다

"골프는 테크닉 못지않게 정신력(멘털)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골프를 잘 하기 위해서는 멘털이 강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음속에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이 자신감은 상당부분 그립을 정확히 잡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친지나 주위 사람들이 주는 믿음이다. '넌 잘 할 수 있어''넌 하면 될 거야'라는 등의 격려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신앙이 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내 경우 신앙을 통한 믿음이 한국인 최초의 미 PGA투어 프로로 10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

◆인생과 골프는 끝없는 도전

"요즘 너무 밑으로 내려간 느낌인데 다시 한계단씩 천천히 올라갈 것이다. 사람은 살다 보면 잘 될 수도 있고,잘 안 될 수도 있다. 다만 잘 돼도 한계단씩 오르고,안 돼도 한계단씩 내려가면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는 매번 정확하게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한다. 그런데 한번 착륙하면 정비를 받지 않는가. 미 PGA투어에 합류한 지 올해 10년이 됐는데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나도 정비를 받는 시기가 됐다. 올 한 해 힘들었지만 이 해가 없었다면 얼마나 기고만장해지고 자만했겠나 싶다. 3~4년 전에 한국 남자 선수가 5년 안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양용은 선수가 우승해서 아주 기뻤다. 나도 더 노력할 것이다.

지금은 201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수평선이 저끝에 있는 것처럼 보여 열심히 헤엄쳐서 그 끝에 다다르면 또 다른 수평선이 저 멀리 있다. 조그만 성취를 가지고 다 이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남들은 '성공했다''그만하면 됐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인생도 골프도 끝이 없다. 다른 끝이 항상 있는 거다. 자신이 갈 수 있는 데까지 계속 가는 것이다. 밤이나 낮이나,눈이 오나 비가 오나,한계단 한계단씩."

김경수/박민제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