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도에 들어오는 한국인은 현지 세관 직원들의 표적입니다.

대놓고 100∼200달러를 요구합니다.

그렇다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안 먹고 살 수도 없고…"
최근 한국 본사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가족들이 먹을 육류 등 한국산 식료품을 사들고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대기업 현지 주재원 A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세관 직원이 반입금지 물품인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문제 삼으며 세관 통과를 지연시킨 것.
몇 시간의 승강이에 지친 A씨는 세관 직원에게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라고 물었고, 세관원은 그를 CCTV 사각지대로 데려가 여권 속에 200달러를 넣어서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고기 몇 근 먹으려다 공항에서 몇 시간이나 발이 묶이고 30만원이 넘는 거금을 치렀다"며 혀를 내둘렀다.

A와 같이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고기류나 주류를 반입하는 한인들은 요즘 인도 공항 세관원들의 마르지 않는 용돈 주머니가 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거의 유통되지 않으며,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인이 가공되지 않은 육류나 농산품을 반입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입에 밴 한인들에게는 이런 고기류를 구할 수 없는 현지 생활이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분기 또는 반기에 한 차례씩 대형 컨테이너로 한국산 식품과 생활용품을 대규모로 들여와 주재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급되는 식품의 수량이 제한적인데다 이마저 기대할 수 없는 대부분의 교민은 한국이나 태국 등에서 육류를 불법 수입하다 적발돼 세관원들에게 고깃값의 몇 배에 해당하는 '통관료(?)'를 물고 있다.

특히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한국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 업주들 사이에서는 세관원들에게 적당히 뒷돈을 챙겨주는 관행까지 생겨났다.

최근 뉴델리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교민들의 육류 반입이 늘면서 주 3회 운항하는 인천-뉴델리 직항 항공편이 도착하는 날이 '세관원들의 월급날'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지경이다.

심지어 일부 세관원들은 대기업 직원이 식품 통관 문제로 적발되면 명함을 받아뒀다가 사무실로 찾아가 대가를 요구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한 가전업체 간부 B씨는 "육류 반입을 허용하면서 명함을 요구하기에 줬더니 며칠 후 사무실로 찾아와 전자제품을 공짜로 달라고 하더라"며 "과도한 요구여서 거절했지만, 이것이 인도의 실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인들의 식료품 수입을 둘러싼 잡음은 공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최근에는 구자라트주(州) 발전소 건설현장 공사를 맡은 한 대기업 계열사가 한국 마산항에서 선적한 발전소용 보일러 안에서 소주 1천여병이 발견돼 한국인 현장 소장이 법정에 서는 사례도 있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