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원(금융소보원) 설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 민원이 폭증하자 정치권이 관련법을 발의한 가운데 소비자 보호 기능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 등은 반대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 위한 독립기구 필요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 21명은 지난 9월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소보원을 설립해 금감원 공정위 소비자원 등으로 분산된 소비자 보호 업무를 모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감원이 금융 민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판단해서다. 올들어 금융 민원은 47.5% 급증했다. 금감원이 소비자가 아닌 업계 입장에서 민원을 처리한다는 불만도 제기돼 왔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도 독립 소비자보호기관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엔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금융소보원에 금융사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 및 서면 · 실지조사권,금감원에 대해 공동검사 요청권까지 부여하는 또 다른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오는 19일 정무위 전체회의 때 상정돼 소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권 의원 측은 "11월 말까지 금융위와 금감원,소보원과 금융연구원,업계,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국회에서 마련된 대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독자적인 소비자 보호 강화"

금감원은 금융소보원이 설립되면 조직 및 기능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자체적으로 소비자 보호 강화에 나섰다. 소비자 보호 조직을 독립본부로 확대하는 한편,TF를 만들어 민원 감축 방안을 짜내고 있다. 금융사에서 파견나온 민원 상담 인력을 자체 인력으로 대체하고 검사 기능을 가진 '민원조사팀'도 만든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보원이 설립될 경우 금융감독체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으며 행정 효율화 측면에서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늘 금감원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금융소보원 설립에 반대하지만 속내는 설립돼도 괜찮다는 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는 중요하고 강화해야 하지만 새 기관 설립은 공정위,소비자보호원,금감원과도 관련이 있어서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보원 논쟁은 금융감독체제 전체 개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금융사 단독 검사권을 주는 문제로 한국은행과 정부(기획재정부 금융위 등)가 반년째 힘겨루기를 해 온 가운데 금융소보원이 검사권을 갖게 된다면 한은법 논의는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소보원 문제로 관련 부처 간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다"며 " 검사권 문제가 본격화되면 금융감독 체제 개편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