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온실가스 감축' 이견…내달 코펜하겐 기후회의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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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14~15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아 · 태지역 경제통합과 보호무역주의 배격,온실가스 감축 등 단골 안건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APEC 21개 회원국들은 큰 틀에선 공감대를 나타냈지만 각론에 들어가선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블룸버그통신은 "APEC의 정치적 장벽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APEC 국가들 간 가장 의견이 엇갈린 분야는 아 · 태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과 온난화 대책 마련이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아시아에서 개방적인 지역주의를 촉진시켜야 하고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에 미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중국 등 일부 APEC 회원국은 미국을 포함한 아 · 태 경제통합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국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과 한국 · 중국 · 일본만 참여하는 형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 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앞두고 논의 중인 온실가스 감축 규모에 대해서도 회원국 간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최종 정상선언문에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가 포함되지 않았다. 원래 초안엔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내용이 들어가기로 돼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지도자들이 내달 코펜하겐에서 구속력 있는 기후변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한 야심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리인상을 비롯한 출구전략 시행이 현재로선 아직 이르다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경제의 회복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고,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도 "경기부양 출구전략 시점은 조심스럽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는 이번 APEC 정상회의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더욱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기 앞서 지난 14일 일본에서 가진 아시아정책 강연을 통해 스스로를 미국의 '첫 아시아 태평양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아 · 태 국가들과의 경제협력과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정치외교 · 경제무대에서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협력 파트너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과의 관계 강화가 동맹국들과의 유대를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을 평가한다. 우호적인 중 · 미 관계는 세계 평화와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후변화협약과 아시아 지역 경제통합 방식에 대해선 미국 측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패권을 강화하려는 미국 측의 의도와는 달리 일본도 엇나가고 있다. 미 · 일 동맹 강화를 합창했던 미 · 일 정상은 정상회담을 가진 지 하루 만에 미군 비행장 이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보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싱가포르에서 오키나와에 있는 후텐마 미군 비행장 이전을 논의할 미 · 일 실무작업팀의 발족과 관련,백지상태에서 기지 이전 문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3일 도쿄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 발언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토야마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작업팀 발족과 관련,"합의를 이행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백지상태에서 후텐마 비행장 이전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합의안을 관철하는 방향으로 실무작업팀이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아 기자/워싱턴=김홍열/도쿄=차병석 특파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