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의 투자비밀⑩]ETF 맹신자 배재규 "나까마 비용 줄여야 부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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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던 2001년 1월.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상무(48ㆍ사진, 당시 코스닥운용팀장)는 전화벨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최고 경영진 A씨의 전화 호출이었다. 시장 급락에 '밥 값'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있던 터라 임원실로 가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삼성투신운용은 1999년말 280(현 지수로 환산하면 2800)까지 올랐던 코스닥 지수가 2000년초 200(2000)선까지 하락하자, 코스닥 시장에 주력하는 팀을 구성했다. 이때 SK증권에 근무하던 배 상무는 팀원 3명을 데리고 삼성투신운용으로 옮겨와 코스닥운용팀장을 맡았다.
코스닥 지수는 2900선까지 잠시 반등하긴 했지만 벤처 버블이 꺼진 탓에 끊임없는 하락세를 나타냈고 2000년말에는 500선으로 급락했다. 이 같은 급락에 배 팀장을 비롯한 4명이 운용하는 자산은 채 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회사 수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시장도 뒤숭숭한데, 이 책 한 번 번역해 보게."
최고경영진 A씨는 자신이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책이라며 배 상무에게 두꺼운 책을 건네 줬다. 그 책은 세계 최대 인덱스 펀드인 뱅가드 펀드(Vanguard fund)의 설립자 존 보글(John C. Bogle)이 쓴 '뮤추얼 펀드에 관한 일반상식(Common sense on mutual funds)'이었다. 존 보글은 프린스턴 대학시절 인덱스 펀드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졸업 후 이를 사업으로 실천해 세계 최대 뮤추얼 펀드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를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도입한 배 상무는 ETF와 처음으로 연을 맺게 된 계기를 이렇게 떠올렸다. 인덱스펀드의 대가가 저술한 책을 접하면서 코스닥펀드 등 액티브펀드(시장대비 초과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적극적인 펀드)의 위험성을 알게 된 것. 그 대신 인덱스펀드나 ETF처럼 지수를 따라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패시브펀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ETF란 코스피200과 같은 특정 지수 및 특정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다.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매매 편의성이 높고 분산투자와 낮은 거래비용 등 인덱스펀드의 장점도 갖췄다. 특히 운용보수는 약 0.5%로, 액티브 펀드(2~3%)에 비해 낮다.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고 있던 배 상무는 존 보글의 책을 읽은 후 패시브 펀드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직원 한 명이 해외 연수에서 ETF에 대해 배워와 ETF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알게 됐고, ETF의 상품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이를 국내에 확산시켜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투자자들이 얻는 실질 수익은 시장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에서 중간 매개체가 가져가는 비용을 뺀 것입니다. 이게 많을수록 투자자의 이익은 줄어드는 것이죠. 이 비용을 줄여서 투자자의 이익을 증가시켜보자는 게 인덱스 펀드의 논리입니다. 결국 보수를 싸게하자는 거죠.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고 비즈니스상으로도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ETF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배 상무는 당장 사장에게 보고하고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등을 찾아다니면서 설득 작업에 나섰다. 법안을 개정해야 ETF를 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득 작업이 쉽지 않았다. 당국자들을 일일이 만나 ETF상품과 그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법안 도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러던중 일본에서 ETF를 먼저 상장시키면서 국내에서도 ETF 도입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배 상무의 노력이 결실을 얻은 것은 2002년 10월 14일이었다.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이 처음으로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 'ETF 마켓 플레이스'를 꿈꾼다
국내 ETF 시장은 도입 초기에는 성장세가 부진했지만 2005년 6개 ETF, 8000억원 규모에서 2009년 11월 13일 현재 ETF 49개, 3조5337억원의 규모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은 국내 시장에 ETF의 도입을 이끈 배 상무 덕분에 최근 들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ETF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식형 ETF의 경우 삼성투신운용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64.35%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 ETF 37 개 가운데 12 개가 삼성투신운용의 상품이다.
KODEX 반도체(반도체업종에 투자하는 ETF)와 KODEX 자동차(자동차업종에 투자하는 ETF)는 올들어 지난 13일까지 121.90%와 110.46% 급등했다. 펀드 자산이 두배이상 불어난 것.
"ETF만으로 투자자들의 모든 투자욕구를 충족시켜주는 'ETF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자는 게 삼성투신이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중국, 인도, 미국 등 지금 잘 나가고 있는 나라들 주요 인덱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다양한 상품이 충분하게 나와야 ETF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2월 개정될 소득세법 시행령이 ETF의 다양한 상품 출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해외 지수를 활용하는 ETF도 해외 펀드처럼 내년부터는 세금(배당소득세)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해외펀드에는 세금을 부과하되 ETF는 비과세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세금을 낼 방법이 없거든요. 펀드는 판매사가 판매기록을 다 갖고 있지만 ETF는 거래건수가 너무 많아 해외지수를 활용한 사례를 하나하나 다 찾으려면 수작업을 해야합니다. 만약 지금 캐피탈 게인 택스(capital gain tax) 시스템이 있으면 ETF를 거기에 넣으면 되지만 ETF만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라고하면 증권사들은 이 작업을 안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면 매매할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ETF에 과세를 하게 되면 운용사들의 수익 감소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다양한 투자욕구를 채워줄 상품 개발이 줄어들면서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셈이다. 국내 ETF는 주식으로 봐서 거래세(2012년까지 면제)를 부과하고 해외 ETF는 펀드로 봐서 세금을 매기는 것은 같은 상품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배 상무는 이 때문에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세금 부과가 시장에 주는 파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투자가들의 다양한 취향을 맞추기 위해 소득세법과 상관없이 지수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구하는 레버리지(leverage) 등의 상품은 준비하고 있다. 머지 않아 폭발적으로 성장할 국내 ETF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이다.
ETF의 운용보수가 액티브 펀드보다 낮아 '규모의 경제'가 아니면 수익을 낼 수 없다. 업계 수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투신운용도 지금까지는 ETF 운용으로 남는 게 없을 정도다.
"3~5년 정도 지나면 ETF의 위력이 급격히 커질 것입니다. 시장이 커지더라도 옛날 바이 코리아, 인사이트 펀드 처럼 후유증이 있을 게 없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지나친 낙관을 불어넣어주면 실망을 안겨주게 되지만 ETF는 시장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절대로 과욕을 불러일으키지 않거든요. 그래서 팔기가 어렵긴 하지만 그 대신 한번 투자해본 사람들은 ETF에 친숙해지게 되고 실망을 안하게 되기 때문에 또 찾게 될 겁니다."
◆ "수익 극대화하려면 나까마(중간상인의 속칭) 비용을 줄여라"
배재규 상무는 ETF 맹신자 답게 현금이 생기는 족족 ETF에 투자한다. ETF가 가장 합리적인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펀드 매니저도 ETF는 펀드이기 때문에 사고 팔아도 되고 별도의 신고도 필요없다"며 "뭐든지 팔아서 돈이 생기면 집어넣는 등 전체 자산에서 현금은 모두 ETF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매월 투자하는 적립식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매월 자기 소득의 일정부분을 마켓 타이밍 하지 말고 매월 사는 것이죠.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는 한 주식시장은 앞을 향해 간다고 봅니다. 10년, 20년, 40년 후를 생각하고 투자를 하다 보면 911사태나 서브 프라임 등은 큰 파동 중에 작은 파동에 불과할 것입니다."
투자기간을 길게 하면 길게 할수록 큰 사건들 조차도 작게 보인다는 것. 그래서 투자기간을 길게 보고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주식시장을 보라는 조언이다.
"현금 50억원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목을 사면 삼성전자를 사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잡주를 사지요. 잡주를 산 100명 중 한 두명은 대박을 내지만 평균수익률을 보면 우량주를 산 부자들의 수익률이 잡주를 매수한 돈 없는 사람들의 수익률을 웃돕니다. 잡주의 유혹이 있지만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투자수익률은 떨어지게 마련이죠. 지수에 들어가고 삼성그룹주에 들어가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시장에 대한 예측은 정확하게 맞을 수 없고 예측이 잘못됐을 경우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배 상무는 "주식시장에서 욕심을 부릴수록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진다"며 "합리적인 기대수준과 합리적인 투자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지수에 투자하고 운용회사들한테 쓸데없이 돈을 많이 지불하지 말아야 한다"며 "시장에서 발생한 수익률을 투자가들이 가져가는데 나까마가 적게 떼어갈수록 내 수익은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ETF 상품 가운데 우량 기업으로 구성돼 있는 KODEX 삼성그룹과 장기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KODEX China H에 관심을 가지라고 덧붙였다.
글=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던 2001년 1월.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상무(48ㆍ사진, 당시 코스닥운용팀장)는 전화벨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최고 경영진 A씨의 전화 호출이었다. 시장 급락에 '밥 값'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있던 터라 임원실로 가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삼성투신운용은 1999년말 280(현 지수로 환산하면 2800)까지 올랐던 코스닥 지수가 2000년초 200(2000)선까지 하락하자, 코스닥 시장에 주력하는 팀을 구성했다. 이때 SK증권에 근무하던 배 상무는 팀원 3명을 데리고 삼성투신운용으로 옮겨와 코스닥운용팀장을 맡았다.
코스닥 지수는 2900선까지 잠시 반등하긴 했지만 벤처 버블이 꺼진 탓에 끊임없는 하락세를 나타냈고 2000년말에는 500선으로 급락했다. 이 같은 급락에 배 팀장을 비롯한 4명이 운용하는 자산은 채 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회사 수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시장도 뒤숭숭한데, 이 책 한 번 번역해 보게."
최고경영진 A씨는 자신이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책이라며 배 상무에게 두꺼운 책을 건네 줬다. 그 책은 세계 최대 인덱스 펀드인 뱅가드 펀드(Vanguard fund)의 설립자 존 보글(John C. Bogle)이 쓴 '뮤추얼 펀드에 관한 일반상식(Common sense on mutual funds)'이었다. 존 보글은 프린스턴 대학시절 인덱스 펀드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썼고 졸업 후 이를 사업으로 실천해 세계 최대 뮤추얼 펀드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를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도입한 배 상무는 ETF와 처음으로 연을 맺게 된 계기를 이렇게 떠올렸다. 인덱스펀드의 대가가 저술한 책을 접하면서 코스닥펀드 등 액티브펀드(시장대비 초과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적극적인 펀드)의 위험성을 알게 된 것. 그 대신 인덱스펀드나 ETF처럼 지수를 따라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패시브펀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ETF란 코스피200과 같은 특정 지수 및 특정자산의 가격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펀드다.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매매 편의성이 높고 분산투자와 낮은 거래비용 등 인덱스펀드의 장점도 갖췄다. 특히 운용보수는 약 0.5%로, 액티브 펀드(2~3%)에 비해 낮다.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고 있던 배 상무는 존 보글의 책을 읽은 후 패시브 펀드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직원 한 명이 해외 연수에서 ETF에 대해 배워와 ETF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알게 됐고, ETF의 상품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이를 국내에 확산시켜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투자자들이 얻는 실질 수익은 시장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에서 중간 매개체가 가져가는 비용을 뺀 것입니다. 이게 많을수록 투자자의 이익은 줄어드는 것이죠. 이 비용을 줄여서 투자자의 이익을 증가시켜보자는 게 인덱스 펀드의 논리입니다. 결국 보수를 싸게하자는 거죠.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고 비즈니스상으로도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ETF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배 상무는 당장 사장에게 보고하고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등을 찾아다니면서 설득 작업에 나섰다. 법안을 개정해야 ETF를 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득 작업이 쉽지 않았다. 당국자들을 일일이 만나 ETF상품과 그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법안 도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러던중 일본에서 ETF를 먼저 상장시키면서 국내에서도 ETF 도입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배 상무의 노력이 결실을 얻은 것은 2002년 10월 14일이었다.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이 처음으로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 'ETF 마켓 플레이스'를 꿈꾼다
국내 ETF 시장은 도입 초기에는 성장세가 부진했지만 2005년 6개 ETF, 8000억원 규모에서 2009년 11월 13일 현재 ETF 49개, 3조5337억원의 규모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은 국내 시장에 ETF의 도입을 이끈 배 상무 덕분에 최근 들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ETF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식형 ETF의 경우 삼성투신운용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64.35%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 ETF 37 개 가운데 12 개가 삼성투신운용의 상품이다.
KODEX 반도체(반도체업종에 투자하는 ETF)와 KODEX 자동차(자동차업종에 투자하는 ETF)는 올들어 지난 13일까지 121.90%와 110.46% 급등했다. 펀드 자산이 두배이상 불어난 것.
"ETF만으로 투자자들의 모든 투자욕구를 충족시켜주는 'ETF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자는 게 삼성투신이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중국, 인도, 미국 등 지금 잘 나가고 있는 나라들 주요 인덱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다양한 상품이 충분하게 나와야 ETF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2월 개정될 소득세법 시행령이 ETF의 다양한 상품 출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해외 지수를 활용하는 ETF도 해외 펀드처럼 내년부터는 세금(배당소득세)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해외펀드에는 세금을 부과하되 ETF는 비과세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세금을 낼 방법이 없거든요. 펀드는 판매사가 판매기록을 다 갖고 있지만 ETF는 거래건수가 너무 많아 해외지수를 활용한 사례를 하나하나 다 찾으려면 수작업을 해야합니다. 만약 지금 캐피탈 게인 택스(capital gain tax) 시스템이 있으면 ETF를 거기에 넣으면 되지만 ETF만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라고하면 증권사들은 이 작업을 안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면 매매할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ETF에 과세를 하게 되면 운용사들의 수익 감소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다양한 투자욕구를 채워줄 상품 개발이 줄어들면서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셈이다. 국내 ETF는 주식으로 봐서 거래세(2012년까지 면제)를 부과하고 해외 ETF는 펀드로 봐서 세금을 매기는 것은 같은 상품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배 상무는 이 때문에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세금 부과가 시장에 주는 파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투자가들의 다양한 취향을 맞추기 위해 소득세법과 상관없이 지수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구하는 레버리지(leverage) 등의 상품은 준비하고 있다. 머지 않아 폭발적으로 성장할 국내 ETF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이다.
ETF의 운용보수가 액티브 펀드보다 낮아 '규모의 경제'가 아니면 수익을 낼 수 없다. 업계 수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투신운용도 지금까지는 ETF 운용으로 남는 게 없을 정도다.
"3~5년 정도 지나면 ETF의 위력이 급격히 커질 것입니다. 시장이 커지더라도 옛날 바이 코리아, 인사이트 펀드 처럼 후유증이 있을 게 없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지나친 낙관을 불어넣어주면 실망을 안겨주게 되지만 ETF는 시장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절대로 과욕을 불러일으키지 않거든요. 그래서 팔기가 어렵긴 하지만 그 대신 한번 투자해본 사람들은 ETF에 친숙해지게 되고 실망을 안하게 되기 때문에 또 찾게 될 겁니다."
◆ "수익 극대화하려면 나까마(중간상인의 속칭) 비용을 줄여라"
배재규 상무는 ETF 맹신자 답게 현금이 생기는 족족 ETF에 투자한다. ETF가 가장 합리적인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펀드 매니저도 ETF는 펀드이기 때문에 사고 팔아도 되고 별도의 신고도 필요없다"며 "뭐든지 팔아서 돈이 생기면 집어넣는 등 전체 자산에서 현금은 모두 ETF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매월 투자하는 적립식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매월 자기 소득의 일정부분을 마켓 타이밍 하지 말고 매월 사는 것이죠. 자본주의가 망하지 않는 한 주식시장은 앞을 향해 간다고 봅니다. 10년, 20년, 40년 후를 생각하고 투자를 하다 보면 911사태나 서브 프라임 등은 큰 파동 중에 작은 파동에 불과할 것입니다."
투자기간을 길게 하면 길게 할수록 큰 사건들 조차도 작게 보인다는 것. 그래서 투자기간을 길게 보고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주식시장을 보라는 조언이다.
"현금 50억원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목을 사면 삼성전자를 사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잡주를 사지요. 잡주를 산 100명 중 한 두명은 대박을 내지만 평균수익률을 보면 우량주를 산 부자들의 수익률이 잡주를 매수한 돈 없는 사람들의 수익률을 웃돕니다. 잡주의 유혹이 있지만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투자수익률은 떨어지게 마련이죠. 지수에 들어가고 삼성그룹주에 들어가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시장에 대한 예측은 정확하게 맞을 수 없고 예측이 잘못됐을 경우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배 상무는 "주식시장에서 욕심을 부릴수록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진다"며 "합리적인 기대수준과 합리적인 투자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지수에 투자하고 운용회사들한테 쓸데없이 돈을 많이 지불하지 말아야 한다"며 "시장에서 발생한 수익률을 투자가들이 가져가는데 나까마가 적게 떼어갈수록 내 수익은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ETF 상품 가운데 우량 기업으로 구성돼 있는 KODEX 삼성그룹과 장기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KODEX China H에 관심을 가지라고 덧붙였다.
글=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
사진=한경닷컴 양지웅 기자 yang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