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시간만 190시간..핵심코드는 실용.자원.감성외교

싱가포르에서 올해 마지막 해외출장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지구 네바퀴를 돌면서 숨가쁜 외교전을 치렀다.

청와대가 15일 내놓은 '2009년도 이 대통령 외교성과 총결산'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올해 모두 11차례 해외출장 길에 올라 모두 16개국을 순방했다.

이중 미국과 태국은 중복 방문했다.

총 비행시간은 190시간으로, 8일을 기내에서 보낸 셈이다.

비행거리는 9만2천마일(14만7천Km)로 지구 네바퀴에 해당한다.

해외출장 때 평균 체류기간은 4일이었으며 11차례의 국제회의와 38차례의 정상회담을 소화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과는 11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일요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경우가 많았지만 월요일 아침 일찍 잡혀 있는 일정을 어김없이 소화해 청와대 내에서는 '체력출장'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올해 외교성과를 실용, 자원, 감성 외교로 요약했다.

이 가운데서도 실용을 핵심으로 꼽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 스타일은 불필요한 장벽을 과감히 없애고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통상, 기술, 군사, 문화적 측면에서 실질적인 발전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올해 정상외교의 4대 성과로 ▲국가이미지 제고 ▲신(新) 아시아 외교 천명 ▲녹색성장 분야 실질협력 증진 ▲오바마 美행정부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제시했다.

우선 국제금융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국가이미지를 높였다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영국 런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보호무역주의 동결과 신흥국 대상 유동성 확대 등을 주도적으로 제안해 국제금융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거시 경제정책을 공조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은 그대로 G20정상 합의문에 반영됐다.

한국이 내년 11월 G20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된 것도 바로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기여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방문 때 발표된 신아시아외교 구상은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가 전세계 인구의 절반(52%), GDP(국내총생산)의 5분의 1(10조7천억달러), 교역량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막대한 성장잠재력을 가진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전략의 하나로 신아시아외교 구상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 선도국인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과의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G8 확대정상회의 및 G20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식량 안보 논의를 주도함으로써 에너지, 저탄소 녹색성장 분야의 실질협력을 증진시켰다.

에너지.자원 협력 외교에도 주력해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지난해 5.72%로 목표치(5.7%)를 웃돈데 이어 올해에도 목표치(7.4%)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들어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정부와의 정상회담과 모두 4번째의 정상회담(오는 19일 예정 포함)을 통해 향후 한미동맹의 청사진인 미래동맹비전을 채택하는 등 협력관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한.미는 이를 통해 북핵과 경제협력, 금융위기 극복, 기후변화 분야에서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협조체제를 갖췄다.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외교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오랜 세월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로서 다져온 '스킨십 외교'와 '철저한 사전준비' 등 탄탄한 기본기가 도움이 됐다고 청와대는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나 기자회견 직전 상대국 정상과 격의 없는 정담을 나눴고 만찬 때 폭탄주 건배 즉석 제안 등 파격을 통해 능란한 스킨십 외교를 펼쳤다.

이런 정감 있는 스타일은 상대국 정상이 이 대통령에게 공동사우나를 제안하거나 예정에 없이 심야에 관저로 초대하고, 유적지 안내를 자청하는 또 다른 외교적 파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참모들에게 수없이 질문하면서 관련 자료에 대한 재정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기 안에서도 편히 쉬기보다는 회담 내용을 검토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후문이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