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엔터테인먼트의 융합을 시도하는 팝아티스트 낸시랭,현대인의 명품 욕구를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한 사진 작가 파야,매스미디어 세상의 괴물 혹은 대중 스타를 만들어내는 조각가 유영운,화투와 바둑 · 태극기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가수출신 화가 조영남….

한국적인 화풍의 팝아트(일명 코리아 팝아트) 작가들이 특색있는 신작을 선보이며 늦가을 화단을 수놓는다.

서울 인사동 일대 화랑 15곳이 오는 18~24일 펼치는 제3회 인사미술제는 '한국의 팝아트'를 주제로 20~40대 작가 43명의 작품 500여점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작품성과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길우 · 신선미 · 김경민(선화랑),김지혜(가람화랑),윤종석 · 임태규 · 김성엽 · 잭슨홍(갤러리 아트싸이드),안윤모(갤러리 우림),박형진(노화랑),임택(동산방화랑),노준(모인화랑),조영남(윤갤러리),조정화(인사갤러리),유영운(가나아트갤러리) 등이다. 인사아트센터에서는 하인두,고영훈,한만영씨 등 1970년대 초기 팝아트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18명의 작품 30여점을 전시한다.

20~40대 화가들 사이에 평면 화화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코리아 팝아트가 최근에는 사진 조각 영상 및 설치 장르까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최신 경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다.

인사미술제 운영위원장인 이동재 아트싸이드 대표는 "팝아트는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와 만화적인 캐릭터를 주로 활용하는 미술장르로 광고,상표,만화,영화,인물 등의 대중적 이미지를 차용해 현대인의 감수성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매력"이라며 "국내 작가도 100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작품으로 전시장을 메운다.

노화랑에서 작품전을 갖는 박형진씨는 일에 찌든 현대인에게 신선한 행복감을 선사하는데 초점을 맞춘 작품 20여점을 건다. 고향인 경북 영주 풍기읍의 과수원에서 생활하는 자신과 가족,식구처럼 키우던 개 '다숙이' 등을 재치있게 표현한 신작들이다.

갤러리 아트싸이드 전속 작가 윤종석씨는 주사기에 링거바늘을 꽂은 후 화폭에 액체물 주사기로 물감을 쏘아 그린 권총,별 이미지 작품 10여점을 내놓는다. 이는 우리 시대 폭력성과 스타 신드롬을 흥미롭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전통 춤의 의미를 대중적인 팝아트로 형상화한 작가도 있다. 선화랑의 이길우씨는 무희를 그린 뒤 향불과 인두로 한지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 10여점을 보여준다. 또 가나아트갤러리의 유영운씨는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종이 조각 20여점,가람화랑의 안윤모씨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사회를 풍자한 20여점을 각각 출품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