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오라클-썬 합병 결사반대…'공짜 MySQL'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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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오라클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에 급제동을 걸었다. 세계 1위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인 오라클과 서버 시장 4위인 썬의 합병 계획에 대해 EU집행위는 이의성명(statement of objection)을 통해 "썬마이크로를 인수한 오라클이 썬이 소유한 오픈소스(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를 무료로 공개하는 것) DBMS 소프트웨어인 MySQL을 손에 넣을 경우 시장지배력이 강화돼 EU 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 독점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양사 합병 승인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합병승인,EU는 거부
EU 집행위는 세계 DB 시장 1위인 오라클이 MySQL까지 확보할 경우 DB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라클은 지난해 세계 DB 시장에서 4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IBM(22%)과 마이크로소프트(16.6%)가 뒤를 쫓고 있지만 경쟁이 안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EU의 반독점 관련 조사가 늦어지면서 썬측이 매달 1억달러씩 손실을 보고 있다"며 "MySQL이 독점 피해를 줄 것이란 EU 측의 주장은 DBMS 시장에 대한 깊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라클은 지난 4월 74억달러(약 8조6000억원)에 썬을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미국과 EU의 반독점 심사 결과를 기다려왔다. 미 법무부는 지난 8월 두 회사의 합병을 이미 승인했다. 하지만 EU가 합병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오라클이 암초에 부딪혔다.
이들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의 중심에는 오픈소스 DB의 대명사로 통하는 MySQL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MySQL은 세계 웹서비스 분야에서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 데는 썬이 2008년 10억달러를 들여 사들인 MySQL의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획득하려는 목적이 크게 작용했다.
◆오라클의 야심
MySQL은 사실 매출로만 따지면 세계 DB시장의 15위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은 900만달러로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1% 미만이다. 하지만 MySQL이 가진 거대한 고객 기반은 오라클이 눈독들일 만하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대표적 인터넷 기업들이 MySQL 기반으로 웹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과 사용자 기반이 비례하지 않는 것은 MySQL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만큼,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MySQL은 수익성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라클에 매우 높은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다. MySQL 사용자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대기업 위주로 시장을 넓혀온 오라클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이다. 오라클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웹서비스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르텐 믹코스 전 MySQL 최고경영자는 "오라클의 고객 기반은 과거의 세계를 대변하고 오라클이 잡지 못한 곳은 새로운 세계"라고 말했다. 다급해진 오라클은 썬 인수를 통해 MySQL을 확보,그동안 취약했던 인터넷 시장 공략을 위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ITIC의 라우라 디이오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은 저가형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MySQL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라클은 MySQL을 확보함에 따라 소프트웨어제국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압박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전문가들은 오라클이 MySQL을 앞세워 MS SQL 서버를 견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무료로 MySQL을 쓰고 있지만 MySQL이 MS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오라클 입장에선 이득이다. 또 MySQL의 주 고객층인 중소기업이 사세를 확장해 대기업이 되면 대기업 위주의 오라클 DB에 대한 신규 수요도 창출된다.
◆EU의 신보호주의?
EU 집행위는 겉으로는 DB 시장의 독점화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지만 속내에는 스웨덴의 MySQL AB사가 만든 MySQL을 미국 회사에 빼앗기기 싫다는 보호주의적 목적도 자리잡고 있다.
특히 MySQL이 오라클 손에 넘어가면 방대한 양의 DB 소스권한도 오라클에 넘어간다는 점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오라클이 DB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MySQL의 소스 권한까지 모두 획득할 경우 유럽 DB시장은 운신의 폭이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감이 작용했다.
이 밖에도 오라클이 최근 상용 DB에 대한 유지 · 보수요율을 22% 인상함에 따라 기존 MySQL 사용자들에 미칠 파장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오라클은 "썬이 보유한 오픈소스 제품군을 지원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명확한 입장 제시를 피하고 있다. 향후 오픈소스 기반의 MySQL의 서비스 방식이 어떻게 변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오라클이 MySQL의 유지 · 보수요율까지 높일 경우 이를 사용하는 유럽 중소기업들에 큰 타격이 될 소지가 크다.
EU 집행위는 오는 25일 썬 인수와 관련해 오라클의 입장을 들어보는 청문회를 갖는다. 오라클과 EU 양측 모두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합병 승인 조건으로 MySQL의 분사 또는 다른 처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DB 시장의 경쟁을 보호하기 위해 오라클이 통제하지 않는 새로운 버전의 MySQL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오라클 측에서도 이미 미 정부의 승인을 얻었고 MySQL에 대한 욕심도 큰 만큼 양측 간 타협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EU 집행위는 내년 1월19일 이번 합병 승인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는 예측불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
◆미국은 합병승인,EU는 거부
EU 집행위는 세계 DB 시장 1위인 오라클이 MySQL까지 확보할 경우 DB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라클은 지난해 세계 DB 시장에서 4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IBM(22%)과 마이크로소프트(16.6%)가 뒤를 쫓고 있지만 경쟁이 안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EU의 반독점 관련 조사가 늦어지면서 썬측이 매달 1억달러씩 손실을 보고 있다"며 "MySQL이 독점 피해를 줄 것이란 EU 측의 주장은 DBMS 시장에 대한 깊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라클은 지난 4월 74억달러(약 8조6000억원)에 썬을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미국과 EU의 반독점 심사 결과를 기다려왔다. 미 법무부는 지난 8월 두 회사의 합병을 이미 승인했다. 하지만 EU가 합병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오라클이 암초에 부딪혔다.
이들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의 중심에는 오픈소스 DB의 대명사로 통하는 MySQL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MySQL은 세계 웹서비스 분야에서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 데는 썬이 2008년 10억달러를 들여 사들인 MySQL의 광범위한 사용자 기반을 획득하려는 목적이 크게 작용했다.
◆오라클의 야심
MySQL은 사실 매출로만 따지면 세계 DB시장의 15위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은 900만달러로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1% 미만이다. 하지만 MySQL이 가진 거대한 고객 기반은 오라클이 눈독들일 만하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대표적 인터넷 기업들이 MySQL 기반으로 웹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과 사용자 기반이 비례하지 않는 것은 MySQL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만큼,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MySQL은 수익성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라클에 매우 높은 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다. MySQL 사용자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대기업 위주로 시장을 넓혀온 오라클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이다. 오라클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웹서비스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르텐 믹코스 전 MySQL 최고경영자는 "오라클의 고객 기반은 과거의 세계를 대변하고 오라클이 잡지 못한 곳은 새로운 세계"라고 말했다. 다급해진 오라클은 썬 인수를 통해 MySQL을 확보,그동안 취약했던 인터넷 시장 공략을 위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ITIC의 라우라 디이오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은 저가형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MySQL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라클은 MySQL을 확보함에 따라 소프트웨어제국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압박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전문가들은 오라클이 MySQL을 앞세워 MS SQL 서버를 견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무료로 MySQL을 쓰고 있지만 MySQL이 MS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오라클 입장에선 이득이다. 또 MySQL의 주 고객층인 중소기업이 사세를 확장해 대기업이 되면 대기업 위주의 오라클 DB에 대한 신규 수요도 창출된다.
◆EU의 신보호주의?
EU 집행위는 겉으로는 DB 시장의 독점화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지만 속내에는 스웨덴의 MySQL AB사가 만든 MySQL을 미국 회사에 빼앗기기 싫다는 보호주의적 목적도 자리잡고 있다.
특히 MySQL이 오라클 손에 넘어가면 방대한 양의 DB 소스권한도 오라클에 넘어간다는 점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오라클이 DB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MySQL의 소스 권한까지 모두 획득할 경우 유럽 DB시장은 운신의 폭이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감이 작용했다.
이 밖에도 오라클이 최근 상용 DB에 대한 유지 · 보수요율을 22% 인상함에 따라 기존 MySQL 사용자들에 미칠 파장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오라클은 "썬이 보유한 오픈소스 제품군을 지원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명확한 입장 제시를 피하고 있다. 향후 오픈소스 기반의 MySQL의 서비스 방식이 어떻게 변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오라클이 MySQL의 유지 · 보수요율까지 높일 경우 이를 사용하는 유럽 중소기업들에 큰 타격이 될 소지가 크다.
EU 집행위는 오는 25일 썬 인수와 관련해 오라클의 입장을 들어보는 청문회를 갖는다. 오라클과 EU 양측 모두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합병 승인 조건으로 MySQL의 분사 또는 다른 처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DB 시장의 경쟁을 보호하기 위해 오라클이 통제하지 않는 새로운 버전의 MySQL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오라클 측에서도 이미 미 정부의 승인을 얻었고 MySQL에 대한 욕심도 큰 만큼 양측 간 타협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EU 집행위는 내년 1월19일 이번 합병 승인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는 예측불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