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실내사격장 불...일본인 8명 등 10명 사망

부산시소방본부는 14일 오후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로 10명이 숨졌다고 15일 공식발표했다.이 가운데 일본인 사망자는 아라키 히데테루씨(36·荒木英輝) 씨 등 8명,나머지 2명은 일본인을 사격장으로 인솔한 KR관광 가이드 이명숙씨(40·여) 씨와 사격장 종업원으로 추정되는 남자 1명이다.부상자는 하라다 요헤이씨(37·原田洋平) 등 일본인 3명과 세일관광 가이드 문인자씨(66) 등 모두 6명으로,부산 하나병원(5명)과 동아대병원(1명)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화재 발생 및 피해
14일 오후 2시26분께 부산 중구 신창동에 있는 5층 건물 중 2층에 위치한 ‘가나다라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났다.

이 불로 아라키 히데테루(36·荒木英輝) 씨 등 일본인 관광객 8명을 포함 모두 10명이 숨지고, 하라다 요헤이(37·原田洋平) 씨 등 일본인 3명과 종업원, 여행사 가이드 등 6명이 중화상을 입고 부산대와 동아대, 하나병원 등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사망자 10명 가운데 7명은 2층 사격장 휴게실에서 발견됐으며, 부상자 가운데는 중태자가 다수 포함돼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불은 또 사격장 내부 277.43㎡를 태워 소방서 추산 2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40여분만에 꺼졌다.사고 현장을 목격한 금성환씨(51)는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더니 사격장에서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며 “일본인 관광객들이 온 몸에 불이 붙어 건물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말했다.또다른 목격자인 안상주씨(52)는 “펑하는 소리가 2∼3번 나자마자 시커먼 연기가 최솟아 119에 바로 신고했는데 불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것은 실내 사격장이라는 특성상 방음 및 차폐시설이 완벽해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순식간에 실내에 가득 차는 바람에 사람들이 연기에 질식해 쓰러지면서 출입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이 사격장은 지난 6일 경찰과 소방,전기안전공사의 합동점검에서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점검이 허술하게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 영업허가가 난 사격장은 격발장에 5개의 사대가 설치,동시에 5명이 사격을 할 수는 구조며, 총기는 권총 14정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피해 왜 컸나
일본인은 이날 오후 세일여행사 등 2개의 여행사를 통해 부산 국제시장 관광에 나섰다고 경찰은 밝혔다.세일여행사를 통해 일본인 9명이,KR여행사는 일본인 2∼3명을 인솔하고 이 사격장을 찾았다.재부산일본총영사관 확인 결과 이중 세일여행사를 통해 부산을 찾은 9명은 나가사키현 운젠(雲仙)시의 한 중학교 동창생들로 밝혀졌다.이들은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시마바라(島原)시의 여행사 ‘시마바라철도관광’이 모집한 단체 관광객으로 14일 낮 후쿠오카(福岡)시 하카다(博多)항에서 고속페리로 부산항에 도착,부산에서 1박한 후 고속페리로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경찰은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일본인 관광의 주요 코스에 실탄사격 일정을 넣고 있다”며 “이들도 실탄사격을 위해 이 건물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부산에는 해운대와 서면, 중구, 영도 등 4곳의 실내 실탄사격장이 있으며, 이번에 사고가 난 중구와 영도에 있는 사격장에는 평소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이다.

◇화재원인·경찰수사
경찰은 격발이 이뤄지는 사격장 내부는 불에 크게 타지 않고 탄약고에는 불이 붙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경찰은 사망자 가운데 시신 7구가 2층 사격장 앞 휴게공간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불이 휴게실 쪽에서 먼저 발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탄약고 쪽은 불에 타지 않고 불이 날 당시 ‘펑’소리가 두 차례 났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등을 토대로 화재원인을 찾고 있다.경찰은 목격자의 진술과 CCTV를 확보하고 화재감식을 통해 화재원인을 조사중이다.경찰은 사격장 측의 안전의무 위반과 소방점검 등이 제대로 이뤄져 왔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갑형 부산중부경찰서장은 “탄약고는 전혀 불에 타지 않았기 때문에 탄약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불이 났을 개연성은 적다”면서 “현장감식을 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사고수습
부산시는 부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사고대책상황실을 실치하고,피해자들에 대한 시신 안치와 향후 일본인 사망자의 이송문제 등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시는 특히 피해자 가운데 일본인 관광객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 신속한 신원 파악과 함께 사후 처리문제를 정부 측과 논의해 예우에 맞게 신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다.허남식 부산시장은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에게 신속한 사고수습을 당부했다.일본영사관측도 사고현장에 직원을 보내 피해자 신원파악과 함께 정확한 사고경위 파악에 나섰다.

경찰이 15일 밝힌 사망 및 부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사망자 시신은 양산부산대병원(7명)과 부산대병원(3명)에 각각 안치됐다.

◇사망(10명)
△아라키 히데테루(36·荒木英輝) △이나다 아쓰노부(37·稻田篤信) △오쿠보 아키라(37·大久保章) △나카오 가즈노부(37·中尾和信) △마에다 다이키(36·前田大輝) △미야자키 히데타카(36·宮崎英生) △오치아이 마사히로(56·落合政洋) △나가하마 마사노리(57·永浜正則) △이명숙(40·여·KR여행사 가이드) △종업원 추정 1명

◇부상(6명)
△하라다 요헤이(37·原田洋平·하나병원) △가사하라 미사루(37·笠原勝·하나병원) △시마다 아키라(37·島田明·동아대병원) △문인자(66·여·세일관광 가이드) △임재훈(31·종업원) △종업원 추정 1명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