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농협금융지주회사를 신설해 기존의 농협공제를 금융지주회사 산하의 별도 법인인 보험회사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농업협동조합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는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농산물 유통 같은 경제사업을 소홀히 한다는 그동안의 비판에 대한 대응책으로서,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의 일환이다.

농협개혁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지적돼 왔고,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신 · 경 분리)가 한 가지 방안으로 거론돼 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실행방법이 원래의 취지에 충실한지 여부다. 이와 관련해 농협공제의 보험회사 전환에 대한 개정법률(안) 조항 가운데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 있다.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보험회사 설립,모집인 자격 부여,보험대리점 인가,농협은행에 대한 방카슈랑스 규정 적용 예외 등 여러 면에서 신설되는 농협보험회사에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보험업법'및 보험업 감독규정의 엄격한 적용을 받는 민영보험회사에 비해 상당히 우월적인 지위를 보장해주고 있다.

개정법률(안)의 특례조항들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에 대해 규제차이를 둠으로써 규제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보험소비자 보호수준에 차이가 발생하고 보험소비자 권익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는 금융상품에 대해 금융회사별이 아닌 기능별 규제를 도입함으로써,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 금융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최근의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성숙시장의 특징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보험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농협보험회사에 발생하는 규제 차이는 필연적으로 민영 보험회사들의 위축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으며,그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과도한 가격할인 경쟁 등의 보험시장 혼란은 결국 보험소비자의 피해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특례조항 중 농협공제를 보험회사로 자동 전환시키는 조항은 특정 보험종목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의 뒷받침 없이 모든 보험종목을 자유로이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해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전문적인 역량없이 새 종목에 진입하는 것은 상품개발,모집,보상 등의 면에서 시장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농협은행에 대해 방카슈랑스 규정 적용을 10년간 유예한 조항은 정착되고 있는 방카슈랑스 질서를 뿌리부터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 외 농협보험회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 보장이 민영보험회사 모집조직의 영업력 약화를 가져와 모집인들을 실직위험에 노출시킨다는 등의 현실적인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공제의 보험회사 전환에 대해 적용되는 각종 특례조항들은 지금의 국내외 금융 및 보험시장 환경,우리나라의 경제수준 등을 고려할 때 시대에 뒤진 발상으로서 재고의 여지가 많다. 특히 이번 개정법률(안)이 보험사업의 기본 토대와 관련된 것들이어서 자칫 보험소비자 권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례조항들이 신규 보험시장 및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시장의 재분할에 그칠 경우,그 과정에서의 혼란과 낭비는 결국 보험소비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 · 경 분리의 취지 자체는 옳지만 실행방법이 문제다. 농협공제의 보험회사 전환은 보험소비자 권익에 도움이 되는가부터 판단해 재검토해야 하며,다른 유사보험의 보험회사 전환에 대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개정법률(안)은 특례조항 폐지 등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올바른 선례를 남겨야 할 것이다.

이경주 < 익대 교수·보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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