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日 적자공항과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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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북동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의 이바라키현에 내년 3월 이바라키공항이 문을 연다. 개항이 4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취항하겠다는 항공사는 한국의 아시아나항공뿐이다.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나리타국제공항에서 1시간 거리인 지방 공항에 신규 수요가 있을 리 없다.
파리만 날릴 게 뻔했지만 이바라키공항 건설은 추진됐다. 지역 여당 정치인이 앞장서고 '공항 족(族)' 국회의원들이 밀었다. 야당은 지역 표가 무서워 반대를 못했다. 국토교통성은 연간 81만명의 항공수요가 있다며 타당성 조사결과를 부풀렸다. 그 대가로 당시 항공국장은 퇴직 후 나리타공항 사장으로 낙하산을 탔다. 총 220억엔(약 2800억원)이 투입된 이바라키공항은 투자금 회수는커녕 매년 1억엔씩 적자가 예상된다. 일본엔 이런 공항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26개 공항 중 20곳이 적자다.
일본의 적자공항은 포퓰리즘 정치의 산물이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경제성을 무시하고 이곳저곳에 공항을 만들었다. 공항이 들어서면 주민들은 교통편이 좋아진다며 환영한다. 지방 건설사들은 일거리가 생겨 웃는다. 그게 표가 되고,정치자금이 되니 정치인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지방공항 건설이다. 하지만 그들만을 위한 지방공항이 적자를 내면 국가적 손실이다. 그 부담은 온 국민이 나눠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 공항 건설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항 건설로 인한 이익은 눈에 띄는 소수에 집중된다. 반면 그로 인한 손실은 보이지 않는 다수에 분산된다. 지금도 항공기 좌석 평균 점유율이 30%도 안 되는 적자 공항을 폐쇄하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나온다. 그러나 공항 적자로 세금을 더 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일반 국민들이 결국 자기 빚인 정부의 재정적자를 내 일처럼 인식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집중된 소수'는 '분산된 다수'를 언제나 이긴다. 하지만 소수의 불합리한 승리는 다수의 부담을 계속 키우고,가랑비가 옷을 젖게 만들 듯 국가 경제를 망가뜨린다. 바로 이 대목에서 책임 있는 정치가가 필요하다. 침묵하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 큰 소수에 휘둘리지 않는 정치가다. 소수의 직접적 이해와 다수의 간접적 이해가 충돌할 때 합리적인 조정을 해야 하는 게 정치가의 존재 이유다. 이를 외면하면 소수의 인기에 끌려다니는 정치꾼일 뿐이다.
최근 세종시 논쟁도 문제의 본질 중 하나는 집중된 소수 이익이냐,분산된 다수 이익이냐가 아닌가 싶다. 원안대로 세종시에 행정기관 9부2처2청이 옮겨가면 충청도 주민들은 당장 이득을 볼 지 모른다. 하지만 행정부처 분산에 따른 비효율과 비용은 고스란히 온 국민이 나눠져야 한다. 그 부담을 국민 개개인은 체감하지 못한다.
세종시는 단순히 정부가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약속이 선거 때 표를 의식한 것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과연 어떤 것이 공익에 합당한지 이성적으로 잘 따져봐야 한다. 지역 주민들도 더 멀리,더 크게 봐야 한다. 파리만 날리는 세종시가 되고 난 뒤 후회하면 너무 늦는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파리만 날릴 게 뻔했지만 이바라키공항 건설은 추진됐다. 지역 여당 정치인이 앞장서고 '공항 족(族)' 국회의원들이 밀었다. 야당은 지역 표가 무서워 반대를 못했다. 국토교통성은 연간 81만명의 항공수요가 있다며 타당성 조사결과를 부풀렸다. 그 대가로 당시 항공국장은 퇴직 후 나리타공항 사장으로 낙하산을 탔다. 총 220억엔(약 2800억원)이 투입된 이바라키공항은 투자금 회수는커녕 매년 1억엔씩 적자가 예상된다. 일본엔 이런 공항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26개 공항 중 20곳이 적자다.
일본의 적자공항은 포퓰리즘 정치의 산물이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경제성을 무시하고 이곳저곳에 공항을 만들었다. 공항이 들어서면 주민들은 교통편이 좋아진다며 환영한다. 지방 건설사들은 일거리가 생겨 웃는다. 그게 표가 되고,정치자금이 되니 정치인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지방공항 건설이다. 하지만 그들만을 위한 지방공항이 적자를 내면 국가적 손실이다. 그 부담은 온 국민이 나눠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 공항 건설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항 건설로 인한 이익은 눈에 띄는 소수에 집중된다. 반면 그로 인한 손실은 보이지 않는 다수에 분산된다. 지금도 항공기 좌석 평균 점유율이 30%도 안 되는 적자 공항을 폐쇄하려고 하면 지역 주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나온다. 그러나 공항 적자로 세금을 더 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일반 국민들이 결국 자기 빚인 정부의 재정적자를 내 일처럼 인식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집중된 소수'는 '분산된 다수'를 언제나 이긴다. 하지만 소수의 불합리한 승리는 다수의 부담을 계속 키우고,가랑비가 옷을 젖게 만들 듯 국가 경제를 망가뜨린다. 바로 이 대목에서 책임 있는 정치가가 필요하다. 침묵하는 다수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 큰 소수에 휘둘리지 않는 정치가다. 소수의 직접적 이해와 다수의 간접적 이해가 충돌할 때 합리적인 조정을 해야 하는 게 정치가의 존재 이유다. 이를 외면하면 소수의 인기에 끌려다니는 정치꾼일 뿐이다.
최근 세종시 논쟁도 문제의 본질 중 하나는 집중된 소수 이익이냐,분산된 다수 이익이냐가 아닌가 싶다. 원안대로 세종시에 행정기관 9부2처2청이 옮겨가면 충청도 주민들은 당장 이득을 볼 지 모른다. 하지만 행정부처 분산에 따른 비효율과 비용은 고스란히 온 국민이 나눠져야 한다. 그 부담을 국민 개개인은 체감하지 못한다.
세종시는 단순히 정부가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약속이 선거 때 표를 의식한 것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과연 어떤 것이 공익에 합당한지 이성적으로 잘 따져봐야 한다. 지역 주민들도 더 멀리,더 크게 봐야 한다. 파리만 날리는 세종시가 되고 난 뒤 후회하면 너무 늦는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