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기업공개)을 추진한다. 삼성 측은 5조원에 가까운 삼성자동차 채무 상환이 시급해져 상장을 통한 주식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수조원대의 공모 자금을 조달해 향후 글로벌 보험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생명은 16일 상장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T)를 이번 주 증권회사들에 보낸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 초 주간사가 선정되면 준비작업을 거쳐 이르면 내년 4월께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124조원 규모의 삼성생명은 주당 70만~80만원으로 가정해도 시가총액이 14조~16조원에 달해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생명이 상장에 나서는 것은 5조원에 가까운 삼성차 채무 상환 문제가 법원의 조정에 따라 해결이 빨라지자 자금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으로 금융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과 삼성그룹은 1999년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채권단 손실 보전을 위해 이 전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환산,총 2조4500억원에 매각해 채권단에 갚기로 하고 이를 담보로 제공했다. 그러나 상장이 늦어지자 채권단은 2005년 12월 삼성차 부채 2조4500억원에 연체이자 등을 포함,총 4조7380억원을 상환하라며 이 전 회장과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며 1심에서 일부 승소한 상태다. 이후 양측이 항소해 2심(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으나 법원은 조정을 통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상장이 이뤄지면 삼성그룹은 구주 매출을 통해 이 전 회장 보유 주식을 팔아 삼성차 부채를 갚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내부적으로 주당 80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또 IPO를 통해 수조원대의 신규 자본을 확보,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2008년 포천 글로벌 500에 선정된 생명보험사 27곳 중 비상장사는 삼성생명이 유일하다"며 "회사 목표인 2015년 세계 15위 생보사가 되기 위해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