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내년 상반기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16일 내년에 상장하기 위해 상장 요건 검토와 주간사 입찰 제안서 발송 등의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상장 추진 배경에 대해 "2015년 중장기 목표인 ‘글로벌 톱 15’ 달성을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며 "기업 가치와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앞으로 자본 건전성 규제 강화,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에 점진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발행주식은 2000만주다. 최대주주인 이건희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45.76%이고, 소액주주 비율은 12.00%다.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프리미엄 없이도 14조~16조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상장한다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10위권 내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상장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하고 있다.

◆상장추진 소식에 각종 관련株 '들썩'

삼성생명은 상장을 추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형종목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이날 삼성생명의 주가는 전날대비 22.69% 급등한 65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신세계, CJ제일제당 등 삼성생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들도 강세를 보였다.

신세계는 전날대비 2만2000원(4.20%) 상승한 54만6000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삼성생명 주식 271만4000주(지분율 13.6%)를 보유하고 있다. 취득가는 주당 1955원(53억원)이다.

CJ제일제당은 21만9000원으로 전날보다 1만3500원(6.55%) 올랐다.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주식은 95만9000주(지분율 4.8%)이며, 취득가는 주당 809원(7억7000만원)이다.

이날 오전에 약세를 보였던 동양생명보험도 삼성생명의 상장추진 소식에 상승반전했다. 동양생명은 전날대비 500원(3.51%) 상승한 1만4750원을 기록했다.

반면 장외시장에서 금호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1.68%, 0.34% 떨어진 주가에 마감했다.

◆삼성생명, 계열 금융사와 '시너지' 효과…보험업종 '급부상' 전망

상장 전부터 증시를 흔드는 삼성생명. 실제 상장이 된다면 삼성생명은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우선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와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은행을 제외한 전 금융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상장하게 되면, 자금확보 여력은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2위권 생명보험사나 외국사들의 영향으로 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하기 보다는 또 다른 사업영역으로도 사업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또한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상장 추진은 다른 생명보험사의 상장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생보사 두번째로 상장이 점쳐졌던 대한생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생명도 상장추진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은 금융사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나선 상태다. 대한생명은 내년 상장을 위해 6개 국내외 증권사를 상장주간사로 선정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여기에 한화증권이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인수의향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다만 대한생명은 삼성생명 보다 상장일정이 늦어진다면 '업계 2위 상장'이라는 프리미엄이 희석될 수도 있다. 또 기관 투자자들이 삼성생명에만 관심을 가질 우려도 있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손해보험 업종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상장된 동양생명과 상장예정인 대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까지 합하면 보험주의 시장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송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상장됐을 시의 목표주가를 77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5조3000억원으로 6조 정도의 보험업종 시가총액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추정이다.

성용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현재의 이익 수준과 자산가치 등을 감안할 때 72만원 수준으로 계산된다"며 "업계 1위의 프리미엄을 부여하면 90만원대까지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의 상장으로 삼성자동차의 빚을 상환할 수 있고, 내년에는 금리인상의 수혜주로 시장의 관심도 받을 것"이라며 시기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