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시장에서 연간 30만대 이상 팔 수 있는 차를 개발하라." 현대자동차가 지난 9월 선보인 신형 쏘나타(프로젝트명 YF)는 정몽구 현대 · 기아차그룹 회장의 이런 지시가 시발점이었다.

현대차가 16일 신형 쏘나타의 개발 뒷얘기를 담아 펴낸 '연구개발(R&D) 스토리'에서 윤건식 프로젝트2팀 선임연구원은 "그랜저TG 개발을 완료한 2005년 북미에서 30만대를 팔 수 있는 차를 개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는 작년 한 해 동안 북미시장에서 모든 차종을 합쳐 48만2300여대를 팔았다. 쏘나타는 12만7500여대를 판매했다. 연간 30만대가 팔리는 차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현순 부회장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차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쏘나타를 모두 잊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는 연비와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 개발 착수 당시인 2005년은 휘발유값이 갤런당 3달러를 넘어갈 때였다. 좋은 연비차는 필수적이었다. 현대차가 당초 설정했던 연비 목표치는 ℓ당 12.1㎞.어렵게 이를 달성했지만 공인연비는 3등급(ℓ당 10.6~12.7㎞)에 불과했다. 이를 2등급(12.8~14.9㎞)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철강소재를 프레스로 성형하는 핫 스탬핑 공법을 도입해 무게를 줄였다. 결국 ℓ당 12.8㎞의 연비로 국내 중형차 세단 중에선 처음으로 공인연비 2등급을 획득할 수 있었다.

디자인 혁명에도 박차를 가했다. 김형배 개발프로젝트 매니저(이사대우)는 "당시 NF쏘나타의 성능이 경쟁차종보다 우수하지만 디자인이 열세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전혀 새로운 디자인 개발을 위해 미국디자인센터와 국내 남양디자인센터가 함께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북미시장 연간 30만대 판매목표로 탄생한 신형 쏘나타는 내년 초부터 북미시장에서 출시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