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규모의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은 최근 조정으로 선회했다. 담당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부장판사 강영호)는 지난 10일 최종 선고를 할 예정이었으나,양측이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조정으로 들어갔다. 소송금액이 천문학적이어서 법리적 판단만으로 선고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재판부가 조정을 선택했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까지 조정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16일 오후 3시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던 1차 조정에서 재판부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오는 12월7일 실시되는 2차조정에서 양측은 조정안 수용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통상 조정은 두 번 이상 하지 않으며,2차 조정에서 실패하면 다시 재판 절차로 돌아가 선고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선고에 앞서 직권으로 강제조정을 할 수도 있지만 견해 차이가 크면 실익이 없다. 한쪽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조정은 무산되기 때문이다.

조정이 실패로 끝날 경우 재판이 언제 끝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양측 또는 한측이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고등법원 선고는 늦어도 내년 초에 이뤄진다. 통상 2월 중순께 법원 정기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담당 재판부가 인사 전에 맡은 사건을 마무리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대법원 선고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평균적으로 6~8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민감한 사안은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조정=조정이란 법관의 판결이 아니라 분쟁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조정이 성립되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한 당사자라도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재판절차가 진행된다. 또 법관이나 조정위원회가 강제조정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한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조정은 불성립하고 재판이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