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1000번지에 있는 고층빌딩인 전남도청.이 빌딩 9층에는 '정약용실'이라는 소회의실이 하나 있다. 회의실은 20여명이 참석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이지만 전남지역의 경제를 부추기는 거대한 역할을 한다. 전남도(지사 박준영)가 첨단기업들을 이 지역에 유치하는 협정 조인식을 대부분 이 회의실에서 열기 때문이다.

박준영 지사는 정약용실에서 투자유치 협정을 맺는 것을 특별히 선호한다. 지난달 22일 도하인더스트리 등 신소재 부품 업체들과 650억원 규모의 전남지역 투자유치 협정을 조인한 곳도 바로 이 '정약용실'이다.

올 들어 많은 친환경 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이 회의실에서 투자 서약을 했다. 그때마다 박 지사가 직접 참석,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전남지역 인프라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박 지사가 이 회의실을 선호하는 각별한 이유는 여기가 이름 그대로 다산 정약용의 뜻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산은 전남 강진에 18년간 머물면서 총 700권에 이르는 책을 집필했다. 다산이 쓴 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48권 16책으로 이뤄진 목민심서(牧民心書)다. 이 책은 관리가 어떻게 자기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서술한 것이다. 목민심서에 나오는 다산의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봉공애민(奉公愛民)'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지사야말로 바로 이런 봉공애민 정신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단체장으로 꼽힌다. 올 들어 박 지사는 봉공애민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경제환경 변화에 취약한 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놨다.

식당 찻집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는 전남지역 소상공업체는 11만7000개에 이른다. 이들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도민은 2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생계사업자로 경기 침체 여파에 따라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사업자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전남도는 다른 지자체보다 먼저 소상공인 애로 타개에 발벗고 나섰다.

전남도는 먼저 전남 순천소상공인지원센터(선임센터장 마연식)를 통해 매출 확대 및 사업 전환과 신규 창업을 위한 컨설팅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현재 전남소상공인지원센터는 순천 여수 목포 등 3개 센터와 나주분소 등 4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전남도는 이곳을 통해 이미 올해 목표를 훨씬 넘어서는 9100건의 컨설팅 실적을 올렸다.

이와 함께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소상공인 창업 및 경영개선 자금으로 9000억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데 앞장선 사람은 마연식 순천소상공인지원센터장이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식품을 전공한 이학박사인 마 센터장은 서울 두산그룹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전남지역으로 내려와 순천 광양 구례 고흥 곡성 보성 등 6개 지역의 소상공인 지원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얼마 전 순천시 장천동 흥국생명빌딩 2층에 있는 순천소상공인지원센터에 그동안 마 센터장의 지원을 받은 소상공인들이 모였다. 이 자리는 이들 소상공인이 그동안의 성과를 얘기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계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퓨전 레스토랑인 담소원을 경영하는 최창덕 사장과 부인 정채원씨는 전남도가 실시하는 벤처창업교육 농수산물 전문과정을 나온 뒤 퓨전식당을 창업해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나와 지역에서 창업하려 했지만 적당한 아이템을 찾지 못했는데 마 센터장의 지원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에서 '여수식육점'을 운영하는 유양현 사장은 지난 2월 초 전남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실시하는 교육과정 음식업반에 참여한 이후 재창업하는 심정으로 영업 방식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주일간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무엇 때문에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가를 뼈저리게 되새겼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청결을 최우선으로 하고 일급 한우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만 고집하면서 손님이 많아지고 매출도 급격히 올라갔다"며 기뻐했다.

NEPA 여수점을 경영하는 김길도 대표와 NEPA 순천점을 운영하는 이상희 대표,한식점 예비 창업자인 안선경씨도 순천소상공인지원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순천센터의 박진희 상담사(음식업 전문)와 양순화 상담사(도소매전문)의 지원도 컸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전남도는 창업아카데미,상인대학,정보화교육,창업박람회 등을 열어 소상공인들이 피부에 와 닿는 교육도 실시했다.

이 밖에 전남도는 소매업 시설개선 자금 1000억원과 폐업 자영업자의 재창업 자금 10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원 성과 덕분에 전남 소상공인지원센터는 전국소상공인센터평가에서 '2009년도 전국 1위 지원센터'로 선정됐다. 박 지사는 "앞으로 전남이 계속 전국에서 가장 소상공업을 하기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